창224/문전성시

2025-08-13     백두현

새는 움직이는 동물 중에서 가장 높다. 하늘 높이 날며 모든 존재를 하찮게 내려 본다. 또한 누구보다도 멀리 보며 길이 따로 없어 엄청 빠르다. 그리고 자유롭다. 그래서 부럽다. 아! 가끔은 나도 아예 새였으면...

세상 이치란 오르막과 내리막이 공존하는 법, 그들도 가끔은 포수의 총에 떨어지기도 하고 모진 비바람에 내려앉기도 한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새들을 무색하게 하는 존재가 있었으니, 바로 어릴 적 내가 살던 시골마을 지서장이다. 지금의 파출소장을 말하는데 카리스마가 넘치고 넘쳐 나는 새도 떨어뜨렸다.

 

무엇보다도 그는 사춘기 청소년들에게 공포의 대상이었다. 장발 머리가 눈에 띄면 커다란 가위로 머리를 쥐 파먹은 듯 잘라낸 후 돌려보냈다. 머리만 자르고 보냈어도 좋았는데 손버릇이 고약해 뺨까지 때려서 보냈다. 술 취해 주정을 하는 사람도 얼굴이 빨갛도록 뺨을 때려 보냈고 여학생을 희롱하던 녀석들 역시 걸리면 입술이 터지도록 뺨을 때렸다. 손바닥이 마치 소도둑처럼 컸고 손아귀의 힘은 씨름선수처럼 세서 맞아본 사람들은 하나같이 몸서리를 쳤다.

그야말로 고향마을은 온통 그가 지배하는 세상이라 어쩌면 그가 나는 새 자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랬던 그도 세월은 어찌할 수 없었나보다. 서슬이 퍼렇던 권력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늙고 초라한 모습으로 요양원에서 생을 연명하다 얼마 전 세상을 떠났다. 나로서는 천성이 샌님이라 별 피해를 본적도 없기에 선뜻 문상을 갔다. 가면서 생각하기를 그토록 인심을 잃었으니 초상집 풍경이 무척 쓸쓸하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비교적 많은 사람들이 문상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언젠가 뺨을 맞고 울분을 토하던 청년도 있고 머리가 잘려 두문불출하던 선배도 있었으며 후끈거리는 아이의 뺨을 어루만지며 분해하던 부모도 있었다.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문상을 마치고 돌아가는 문상객들의 입에서 까닭을 찾을 수 있었다.

“그 양반 때문에 그래도 우리 동네에는 전과자가 없었어.” “맞아. 맞을 때는 분했는데 나중에는 고맙더라고.”

그랬다! 당시 고향에는 정말 전과자가 없었다. 호적에 빨간 줄이 올라간 자식을 둔 부모가 없었던 마을…. 모두가 좋아하는 방식은 아니었지만 그만의 방법으로 누군가의 허물을 덮어준 것이다. 장례식장에서 상주들의 곡소리가 점점 커졌다. 기억의 저편, 아련한 감정들이 비로소 편안하게 흩어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