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226/상전벽해

2025-08-27     백두현

고향땅 언저리에 남아있던 뽕나무 밭이 팔리지 않아 고심한 적이 있다. 빚을 갚으려면 기왕의 땅을 팔아야 했는데 맹지라서 좀처럼 팔리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장의 통지서를 받았는데 나의 땅을 공공용지로 수용하게 되었으니 보상금을 찾아가라는 것이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더니 그저 운이 좋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은 행운이 아니라 재앙이었다. 보상금을 찾고 채 6개월도 지나지 않아 보상금을 찾아가지 않는 사람들에겐 평당 4만원이었던 보상금을 6만원으로 지급한다는 것이다. 세상은 정말 우는 사람에게 더 젖을 준다는 말이 맞는 것 같았다. 광분한 나는 즉시 진정서를 썼다. 공공기관의 정책에 협조하는 착한 사람은 적은 금액을 받고 협조하지 않는 나쁜 사람이 더 많은 돈을 받는 법이 어디 있냐고. 그랬더니 돌아온 답변서가 가관이었다. 귀하의 심정은 이해하지만 이미 수용 합의가 끝난 토지에 대해서 추가보상금을 주는 것은 규정이 없어서 주고 싶어도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배앓이를 하고 나서 불과 1년 만에 이번에는 내 땅에서 가까운 거리에 행정수도 ‘세종시’를 건립한다는 발표가 났다. 땅값이 세 배나 더 뛰었다. 그래도 거기까지는 인내력을 발휘할 수도 있었는데 다시 1년쯤 더 지난 후 또다시 고속전철역 ‘오송역’이 생긴다는 발표가 났다. 다시 땅값이 세 배 이상 뛰었다. 순식간에 논, 밭은 택지로 변했다. 저수지 물이 흐르던 수로는 아스팔트길로 변하고 농경지엔 고층아파트가 잘도 올라갔다. 그리고 건축업자나 부동산 중개업자의 승용차가 지나다니면서 땅값은 끝도 없이 올랐다. 세상에 이런 일이 있다는 것인가. 수십 년을 조용하던 땅들이 불과 4년 만에 내게 온갖 시기심을 부추기며 오르고 또 오른 것이다.

이제 나는 자식들에게 돈이란 하늘이 내리는 것이라고 말한다. 도시로 나가 많이 배운다고 부자가 되는 것도 아니라고 가르친다. 그러나 고향땅을 지키며 농사를 지었던 친구들은 돈으로 말하며 산다. 쥐구멍에도 볕 드는 날은 있는 거라며 조그만 빌딩을 하나씩 장만하고 꼭대기 층에서 내려보며 산다. 내겐 상전벽해(桑田碧海)고 그들에겐 새옹지마(塞翁之馬)다. 그렇다고 이제 와서 뭘 어쩌겠는가. 아쉽지만 이게 나의 몫이고 또한 그들의 몫임을 인정해야 한다.

매사 모든 사람이 다 노력한 만큼 이루어지면 얼마나 좋을까만 신은 세상을 그렇게 만들지 않았다. 나의 땅이 보여준 결과는 그렇다 쳐도 아직까지 우리는 노력하지 않는 것보다는 노력하는 것이 조금은 더 이루어지는 세상에 살고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