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227/남편들이여 제발!
나이가 들수록 남자로서 자존심 상하는 것들이 있다. 그 중 하나가 소변기 사용방법이라는 생각이다. 언제부터인가 아내는 남자도 소변을 볼 때 앉아서 해결하라고 요구한다. 소변의 비산으로 주변이 너무 불결하다는 이유다. 기실 맞는 말이기도 하거니와 내 울타리 안의 문제만도 아니다. 고속도로 휴게소에 들릴 때마다 화장실에서 발견하는 안내문만 읽어도 간단하게 알 수 있다. <남자가 흘리지 말아야 하는 것은 눈물만이 아닙니다. 한 발짝만 더 앞으로 다가와주세요>라는 변기의 조언을 누구라도 쉽게 볼 수 있지 않나. 굳이 안내 문구를 읽지 않더라도 깨닫는 일이기도 하다. 공중화장실 남자소변기마다 한 마리씩 그려져 있는 가짜 파리를 보면 절실하게 알게 된다. 남자가 소변기를 사용할 때 얼마나 집중력이 필요한 것인가를. 더불어서 그 집중력이란 나이가 들면 들수록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는 것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 돌발 상황이 생길 때가 있다. 예를 들면 앉아서 해결했음에도 불구하고 방향이 틀어지게 되면 지긋이 눌러주라는 잔소리까지 듣는 경우다. 그럴 때마다 심리적인 저항선을 넘게 되어 어디에서 그런 용기가 생기는지 언강생심 아내에게 대들고 싶은 역심을 품게 된다. 남녀 간 구조적인 문제가 아니라 메우기 힘든 심리적인 간격이기 때문이다. 오랜 기간 부계중심 사회에서 살아온 남자들의 어리석은 본능이 싹트는 거다. 그래봤자 결국은 내란의 수괴가 되어 청산대상이 되기 십상이지만 후회해봤자 소용없는 일이다. 없었던 일로 하려면 파도 다듬고 마늘도 까는 인고의 고통을 수없이 반복하며 대(大)사면을 기다려야 한다. 가정이라는 울타리 역시 하나의 작은 나라와 같은 것, 남편들이여! 우선 아니꼽다고 앞 뒤 가리지 않는 계엄은 반드시 삼갈 지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