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244/밥 한 번 먹자!

2025-12-31     백두현

개인적으로 밥 한 번 먹자는 말을 좋아한다. 한 끼라도 같은 솥에서 퍼낸 밥을 나누어 먹자는 말이라 내가 해도 좋고 들어도 좋다. 정이 가는 사람, 마음을 나누고 싶은 사람과 주고받는 일종의 귀한 선물 같은 느낌이다. 밥 한 번 먹자는 말 자체가 살짝 비약하면 그 날 하루만이라도 한 식구(食口)가 되자는 의미라 생각할수록 훈훈한 제안이 아닐 수 없다.

그런 밥값을 두고 뒷말이 무성한 경우가 있다. 계산할 때마다 화장실에 간다느니 돈은 많은데 쓸지 모른다느니 뒤통수가 가려운 얘기들이다. 그런데 밥값이야 누가 내면 어떤가. 서로 형편이 되는 사람이 내면 되는 거다. 제안한 사람이 내도 되고 윗사람이 내도 좋다. 신세진 사람이 내는 것도 좋고 형편이 나은 사람이 내는 것도 좋다. 형편이 되는데도 내지 않는 사람은 만나지 않으면 되고 형편이 되지 않는데도 내려고 하면 마음만 받으면 된다.

그런 의미에서 현재의 나는 기꺼이 밥값을 내는 편이다. 아직은 현역이고 적당히 나이도 든 데다 그럭저럭 궁색하지 않아 내 주머니를 터는 게 더 행복하다. 요즘 세상에 어디 밥 굶는 사람이 있을까만 그렇더라도 밥값에 부담 느끼는 사람도 더러 있을 터, 내는 사람은 기꺼워 마음이 편해야 하고 내지 않는 사람도 마음을 주는 행위라 불편하지 말아야 한다. 그러므로 가능하면 혼밥보다는 더 많은 사람들과 겸상이 좋다.

갈수록 날씨가 차다. 늘 그랬듯 날이 차면 나이 한 살을 더 얹는다. 나이를 쌓는다는 것이 벼슬은 아니지만 적어도 그만큼 인연은 더 많아졌다는 거다. 더 늦기 전에 밥 한 끼 같이하고 싶은 사람들을 부지런히 더 만났으면 싶다. 쌀 소비량이 갈수록 늘어 농사짓는 농부는 더 많이 웃고 밥을 짓는 소상공인 역시 웃음소리 커졌으면 한다. 전생에 몇 천억 겁의 인연이 있어야 이생에서 밥 한 끼 같이 먹는 것일 텐데 새해에는 너도 나도 더 많이, 더 자주 밥이나 먹자.

“상돈아, 서균아, 부랄 친구 종오야. 돌아오는 일요일에 우리 밥 한 번 먹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