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평등에 따른 친족범위 확대의 양면성
-남녀평등이 불러온 친족범위 확대의 또 다른 사회적 갈등-
일상에서 흔히 사용하는 친지, 친척, 친족, 혈족이란 말을 혼동해서 사용 할 때가 있다. 이들 단어의 뜻에 대하여 선뜻 정답을 말하기란 쉽지 않다. 이처럼 쉬운 말 같으면서도 구분하기가 어려운 게 말이다. 국어사전과 민법이 규정한 이들 단어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친지는 친척과 지인을 포함한 용어로서 가장 넓은 의미를 담고 있다. 친척이란 단어는 혈연관계 또는 혼인으로 맺어진 사람들을 통틀어서 쓰는 일상 일상용어다. 그러나 법률적으로는 친척이라는 용어는 존재하지 않는다. 대신에 친족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엄격히 따지면 친척은 혈연 및 혼인관계로 생성 된 모든 친인척을 아우른다, 그러나 민법상의 친족은 8촌 이내의 혈족과 4촌 이내의 인척으로 그 범위를 한정하고 있다. 우리 민법은 이러한 친족 사이의 혼인을 금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조선시대부터 성리학의 영향을 받아 전통적으로 가부장적제도하의 부계(父系) 중심사회였다. 따라서 남성이 가정의 주체가 되고 친족의 개념도 남성 혈통을 중심으로 오래도록 이어져 왔다. 비록 가족관계뿐만이 아니라 재산상속 등 사회전반의 제도가 이를 따랐다. 이는 남성 우월주의와 남존여비 사상을 형성하여 양성 불평등 현상을 초래했다.
1879년 프랑스 혁명은 남녀평등 사상의 기폭제가 되었다. 이후 점차 전 세계로 확산되어 20세기에는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이를 제도화했다. 이에 발맞춰 우리나라도 광복이후 제헌헌법에서 남녀 평등권을 법제화했다. 그러나 가족관계 재산 직장 등 여성 홀대의 불평등은 지속되었다.
과거의 민법은 친족의 범위를 부계 8촌 이내 혈족과 모계 4촌 이내 혈족, 남편의 그러한 혈족과 아내의 부모로 규정하여 남녀 간 차별이 극심했다. 즉 유교의 영향을 받은 남성중심주의를 바탕으로 부계와 남편의 혈족은 넓게 인정한 반면, 모계와 아내는 매우 좁게 인정했다.
이러한 남녀불평등을 개선하려고 정부는 4차에 걸쳐 민법을 개정했다. 특히 3차 개정(1990.1.13.)은 친족의 범위를 부계와 모계, 남편과 아내 모두에게 평등하게 재정립했다. 친족의 범위를 배우자와 8촌 이내의 혈족 및 4촌 이내의 인척으로 규정했다. 대표적으로 내·외·이종 8촌까지 모두를 혈족으로, 배우자 쪽의 사촌까지를 인척으로 규정함으로서 친족의 범위가 크게 확장 되었다.(상세 규정은 위 도표 참조)
이처럼 남녀평등주의를 바탕으로 한 친족 범위의 확장은 또 다른 사회적 문제를 낳았다. 첫째는 전통적 관습과 국민정서에 맞지 않다는 여론이 많다. 또 사실혼 일인가구의 동거 등 다양한 가족형태가 증가하는 시대적 변화에 역행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두 번째는 근친혼금지의 범위가 확대 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헌법재판소는 2022년 10월27일 8촌 이내 혈족 사이의 혼인을 금지한 민법 809조1항에 대하여 합헌 결정을 내린 반면, 이를 위반한 혼인을 무효로 규정한 민법 815조2호에 대하여는 헌법불합치(잠정 적용)하고 2024년 12월31일까지 법 개정을 권고했다.
이에 법무부는 2023년 11월 4촌 이내 혈족의 근친혼금지를 골자로 하는 친족의 법위를 대폭 축소하는 개정안을 발표했다. 그러자 성균관 유림을 비롯한 국민들의 극렬한 반대에 부딪쳤다. 법무부 자체여론조사 결과 75%가 반대하고 모 언론기관 조사에서는 83%가 반대하여 현행유지로 물러섰다. 정부는 진퇴양난의 딜레마에 빠져 2025년도 해를 넘겼다. 다만 시대적 변화에 따른 사회적 합의를 거쳐 장기적 과제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이미 2005년도에 폐지한 동성동본 불혼제도의 폐지는 매우 바람직한 정책이다. 그러나 친족의 범위를 4촌 이내로 축소하는 것은 오랫동안 한국사회를 지탱해온 도덕성의 기준으로 볼 때 아직은 시기상조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