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9/영원한 새댁

2026-02-17     차지숙

반백 년 세월을 나란히 살아온 지인 부부가 있다.
설이 가까워지면 그들의 얼굴이 먼저 떠오른다.

검은머리가 파뿌리가 되도록 함께한 두 사람의 사랑은 세월 속에서도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그 따뜻함은 주변 사람들까지 덩달아 온기를 느끼게 한다.

평생 음식점을 하면서도 순수하고 때 묻지 않은 마음으로 아내를 사랑하는 그 마음은 한결같다. 황혼에 접어든 지금도 그는 아내를 ‘새댁’이라 부른다. 아직도 신혼인 듯 다정하다.

사장님은 우리 전통문화를 소중히 여긴다. 사라져 가는 연(鳶)에 대한 특별한 애정으로 연을 연구하고 직접 만드는 법을 배우며, 전국의 연날리기 행사에 빠짐없이 참석하셨다. 초·중·고등학교에서 연에 대한 이론과 실습을 가르치며 전통문화 보존에도 기여하신 분이다.

우리와의 인연은 음식점과 펜션, 손님을 사이에 둔 이웃으로 시작되었다. 그러나 자연스럽게 서로 돕는 관계로 이어졌다.

사업을 정리하고 쉬시던 중 부인께서 ‘바른 자세’ 운동에 나오셨다. 나는 그 운동을 10년 넘게 다닌 터라 반가운 얼굴에 살갑게 인사를 건넸다. 그 사소한 마음을 오래 간직하셨던 모양이다.

사장님은 고맙다며 사위와 바다낚시를 다녀오실 때마다 손수 손질한 생선과 회를 우리 집으로 가져오신다. 울산에 사는 사위는 주말이면 처갓집을 찾는다. 그 효심 어린 모습을 볼 때마다 단란한 가족의 표상이라는 생각이 든다.

고맙다는 말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받기만 한 것 같아 몸 둘 바를 모르겠다.

팔순을 훌쩍 넘긴 연세에도 사장님은 여전히 아내를 “우리 새댁”이라 부른다. 온실 속 화초를 다루듯 조심스럽고 귀하게 여긴다. 음식점을 할 때도 요리는 늘 남편의 몫이었고, 아내는 설거지만 거들었다고 한다.

‘바른 자세’ 운동이 있는 날이면 사장님은 직접 빵을 굽고 한방차를 끓여 사범님과 회원들에게 나눈다. 그 모습에 회원들 모두가 감동한다.

사랑은 이렇게 말없이 전해지는 것임을 두 분은 몸으로 보여준다.

내 남편 역시 아내 사랑이 남다르다. 하지만 간식을 챙겨 온 적은 없다. 그래서 세상에는 참 다양한 사랑의 방식이 있다는 것을 안다.

아내를 공주처럼 대하는 아버지의 모습은 자식들에게 삶의 교과서가 된다. 그 자식들 또한 어머니를 공주처럼 모신다고 한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사랑은 가르치지 않아도 전해지고, 흉내 내지 않아도 닮아간다.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변치 않는 진리다.

우리는 그 부부에게 늘 받기만 했다. 그 고마움이 쌓여 마음의 빚이 되었다. 보답하지 못한 죄송함을 어떻게 갚아야 할지 모르겠다. 다만 확실한 것은, 그분들이 보여준 삶의 태도와 사랑의 방식이 우리 안에 조용히 스며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어쩌면 사랑을 보고 배우고 또 다른 사랑으로 이어 가는 것이 가장 큰 보답일지도 모른다.

어느 날, 우리 정원에 무궁화가 없는 것 같다며 특별히 예쁜 색의 무궁화 한 그루를 주시겠다고 하셨다. 줄 것도 없다고 생각했는데, 정원 한가운데 가장 잘 어울리던 가장 보기 좋은 나무를 캐어 주셨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 같은 분이다.

항상 공손한 말씀과 작은 것에도 크게 고마워하는 그 아름다운 마음이 우리에게 따뜻한 감동으로 전해진다.

늘 건강하시고 오래도록 행복하시기를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