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배워야 할 아름다운 경쟁

2026-02-20     유병태
2026 동계올림픽에서 최가온 선수와 클로이 킴 선수가 세계인들에게 아름다운 경쟁으로 큰 감동을 주었다.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결승전은 메달의 색을 넘어, 진정한 승자와 패자의 자세가 무엇인지를 보여준 감동의 무대였다. 대한민국의 최가온과 미국의 클로이 킴은 치열한 승부 속에서도 서로를 빛나게 하는 ‘아름다운 경쟁’이 무엇인지를 몸소 증명했다.

이번 동계올림픽에서 두 선수는 가장 강력한 라이벌로 맞섰다. 클로이 킴은 올림픽 3연패라는 대기록에 도전했고, 최가온 역시 월드컵 우승의 상승세를 몰아 금메달을 목표로 출전했다. 예상대로 두 선수는 예선을 무난히 통과하며 결승 무대에 올랐다.

그러나 결승전은 순탄치 않았다. 1차 시기에서 최가온이 크게 넘어져 한동안 일어나지 못하자, 가장 먼저 달려온 이는 경쟁자인 클로이 킴이었다. 그는 따뜻한 포옹과 격려로 후배를 일으켜 세웠다. 2차 시기에서도 다시 넘어지며 기권까지 고민하는 순간, 클로이 킴은 “너는 정말 뛰어난 선수야. 방금 일은 잊어버려. 넌 할 수 있어. 그냥 네가 가진 걸 보여줘!”라고 용기를 북돋워줬다.

그 응원은 기적의 불씨가 되었다. 최가온은 마지막 3차 시기에서 부상 투혼을 발휘해 90.25점을 기록하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반면 클로이 킴은 1차 시기 88점을 기록한 뒤 2·3차 시기에서 연이어 착지에 실패하며 은메달에 머물렀다. 하지만 그는 누구보다 먼저 금메달리스트에게 달려가 환한 얼굴로 포옹하며 축하했다. “너는 나의 자랑스러운 베이비”라는 말에는 경쟁을 넘어선 애정과 존중이 담겨 있었다. 시상대 위에서도, 카메라 앞에서도 그는 끝까지 상대를 배려했다.

최가온은 아홉 살이던 8년 전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클로이 킴의 우승을 보며 꿈을 키웠다. 우상과 유망주로 시작된 인연은 멘토와 후배로 이어졌고, 마침내 올림픽 결승에서 당당한 라이벌로 마주 섰다. 경쟁의 무대였지만, 그 바탕에는 오랜 시간 쌓아온 신뢰와 존중이 있었다. 그는 “언니가 꼭 안아 줄 때 너무 행복했고, 뭉클하여 눈물이 났다.”라고 했다.

오늘날 우리는 승리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경쟁에 익숙하다. 상대를 넘어뜨려야 내가 올라설 수 있다고 믿는다. 승자만이 조명을 받고 패자는 쉽게 잊힌다. 축하는 계산이 되고, 위로는 사라진다.

그러나 두 선수가  보여준 경쟁은 달랐다. 경쟁은 상대를 무너뜨리는 행위가 아니라, 서로의 기량을 최고로 끌어올리는 과정이었다. 존중과 배려, 축하와 위로가 공존할 때 승리는 더욱 빛난다. 혼자 앞서가는 길보다 함께 나아가는 길이 더 멀리, 더 오래 간다.

이번 동계올림픽에서 두 선수가 보여준 품격 있는 경쟁은 우리 사회가 되새겨야 할 가치다. 특히 상대를 인정하기보다 끌어내리기에 몰두하는 정치권은 깊이 돌아볼 일이다. 진정한 리더십은 이기는 기술이 아니라, 함께 빛나는 방법을 아는 데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메달의 색은 시간이 지나면 잊힐지 모른다. 그러나 그날 하프파이프 위에서 피어난 ‘아름다운 경쟁’은 오래도록 우리의 가슴에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