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단죄에 너무나 관대한 사법부

-국민이 납득하지 못하는 ‘약한 처벌’-

2026-02-21     유병태
서울지방법원 형사25부(재판장:지귀연)가 2월19일 '12.3 내란 사건'에 대한 판결 선고를 하고 있다.(사진 캡처:MBC)

국가의 존립과 헌정질서를 뒤흔드는 내란 범죄는 어떤 범죄보다도 엄중하게 다루어져야 한다. 내란은 단순한 형사범죄가 아니라 국가에 대한 반역이며, 국민 주권에 대한 정면 도전이다. 그럼에도 최근 12·3 내란 관련 재판 결과를 바라보는 국민 다수는 고개를 갸웃한다. 법은 가장 무거운 죄라 규정했는데, 법의 적용은 그 무게에 미치지 못했다는 인식 때문이다.

우리 형법은 각칙의 최상위 조항(제87조~제91조)에 내란죄를 규정하고 있다. 이는 입법자가 내란을 국가 질서에 대한 최고 중대 범죄로 보았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우두머리는 사형·무기징역 또는 무기금고, 중요임무종사자와 부하수행자, 단순가담자 역시 중형의 대상이다. 미수·예비·음모·선전·선동까지 폭넓게 처벌하도록 한 것도 같은 취지다.

그렇다면 최근 선고는 이러한 입법 정신을 충분히 반영했는가.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25부는 지난 19일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외 7명에 대해 선고했다. 우두머리에게는 무기징역, 이른바 ‘2인자’로 지목된 피고인에게는 징역 30년이 선고되었다. 재판부는 ‘사전 치밀한 계획의 부재’, ‘실패한 내란’, ‘고령’, ‘장기간 공직 봉직’, ‘범죄 전력 없음’ 등을 양형 사유로 들었다.

그러나 많은 국민은 묻는다. 실패했기 때문에, 고령이기 때문에, 공직 경력이 있기 때문에 형이 낮아질 수 있는가. 더욱이 피고인들이 끝내 책임을 인정하거나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관용의 근거는 더욱 약해 보인다. 내란이 단순한 결과범이 아니라 국가 질서 파괴의 의도를 본질로 하는 범죄라는 점에서, ‘실패’는 감경 사유가 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같은 법원 형사합의35부는 ‘체포 방해’ 사건에서 징역 5년을 선고했다. 다수 혐의가 유죄로 인정되었음에도 구형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형사32부 역시 전직 장관의 내란 중요임무 종사 등 혐의 사건에서 구형의 절반에 미치지 않는 형을 선고했다. 잇따른 감형은 개별 재판부의 재량을 넘어, 사법부 전체의 기조로 읽힌다.

구속영장 기각 결정 역시 논란을 낳았다. 특히 구속 기간을 ‘날’이 아닌 ‘시간’ 단위로 계산해야 한다는 판단은 이례적이라는 평가와 함께 사회적 파장을 불러왔다. 재판 지연과 이른바 ‘침대 재판’ 논란까지 더해지면서, 1심 선고까지 1년이 넘는 시간이 소요되었다. 신속·엄정해야 할 내란 재판이 오히려 느슨하고 관대한 절차로 비쳐진 것이다.

직접적 내란 사건 외의 관련 사건들에서도 무죄 또는 공소기각 판결이 이어지자, 국민의 불신은 더욱 커졌다. 물론 법원은 증거와 법리에 따라 판단해야 하며, 여론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 그러나 사법의 권위는 독립성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공정성과 설득력, 그리고 상식에 부합하는 판단이 함께할 때 비로소 신뢰가 형성된다.

국민은 오랫동안 사법부를 ‘민주주의의 최후 보루’로 여겨왔다. 과거의 오판과 과오에도 불구하고, 법관의 양심과 전문성을 믿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반복되는 관대한 양형과 엇갈린 판단은 “법은 과연 누구를 위해 존재 하는가?”라는 근본적 의문을 낳고 있다.

정상참작은 불가항력적·생계형 범죄에서 신중히 적용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반성과 책임 인정이 전제되어야 한다. 국헌문란과 국민 주권 침해를 기도한 내란 범죄에까지 폭넓은 관용이 적용된다면, 형벌의 일반예방 효과는 크게 훼손된다. 법의 엄정함이 흔들리면 민주주의의 토대도 약해질 수밖에 없다.

이번 판결들은 단지 몇몇 피고인의 형량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사법 신뢰의 문제이며, 헌정질서 수호 의지의 문제다. 사법부가 스스로 신뢰를 회복하지 못한다면, 사법개혁 요구는 더욱 거세질 것이다.

법은 칼이어야 할 때는 칼이어야 한다. 특히 헌정을 파괴하려 한 범죄 앞에서는 더욱 그렇다.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정의, 그것이 지금 사법부에 요구되는 최소한의 책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