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관세정책, 힘이 곧 정의인가?
-트럼프의 새로운 관세정책과 우리의 대응 전략-
미국 연방대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에 제동을 걸었다. ‘국제긴급경제권한법(IEEPA)’은 국가 비상사태 시 대통령에게 경제 통제 권한을 부여하지만, 관세 부과 권한까지 포함하지는 않는다는 판단이었다. 법의 한계를 분명히 한 상식적 판결이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판결 직후 또 다른 관세 수단을 꺼내 들었다. 법적 제동을 정책의 전환이 아닌, 전술의 수정으로 받아들인 셈이다. 사법적 견제가 작동했음에도, 힘을 앞세운 통상 압박 기조는 달라지지 않았다.
이번 판결은 한 가지를 분명히 보여준다. 행정부의 권한은 무제한이 아니며, 설령 ‘국가 비상’이라는 이름을 내세운다 해도 헌법과 법률의 울타리를 넘을 수 없다는 사실이다. 보수 성향 대법관이 다수인 구도에서도 6대 3이라는 결과가 나온 것은, 이 사안이 정치의 문제가 아니라 법의 문제였음을 방증한다.
하지만 국제사회는 마냥 안도할 처지가 아니다. 배상 문제는 명확히 정리되지 않았고, 피해국이 직접 소송에 나서야 하는 구조다. 미국의 보복을 감수하면서까지 법적 대응에 나설 국가가 얼마나 되겠는가. 힘의 비대칭 앞에서 ‘권리’는 쉽게 ‘침묵’으로 바뀐다. 국제질서의 취약한 현실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곧바로 통상법 301조, 무역확장법 232조와 122조 등 다른 법적 수단을 활용해 관세 부과를 이어가고 있다. 이미 10%의 관세 부과 행정명령에 서명했고, 추가 인상을 위한 조사도 진행 중이다. 판결의 의미를 존중하기보다, 우회로를 찾는 데 더 신속했다.
자국의 무역적자를 줄이겠다는 목표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다. 모든 국가는 자국 이익을 추구한다. 그러나 그 방식이 문제다. 동맹과 파트너를 상대로 일방적 압박을 가하고, 국제 규범의 경계를 시험하는 행태는 세계를 이끄는 국가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글로벌 리더라면 힘의 과시가 아니라 신뢰의 축적을 택해야 한다.
힘이 곧 정의가 되는 순간, 국제질서는 협력의 장이 아니라 각자도생의 무대로 변한다. 강대국의 정책 변화에 따라 세계 경제가 출렁이고, 약소국이 눈치를 보며 생존 전략을 세워야 하는 현실은 결코 건강한 질서가 아니다.
이번 판결은 최소한의 제동장치가 아직은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제동장치만으로 방향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미국이 진정한 리더십을 유지하려면 법의 테두리를 존중하는 차원을 넘어, 동맹과 국제사회를 설득하고 협력하는 방식으로 통상정책을 재설계해야 한다.
국제사회 또한 감정적 대응에 머물러서는 안된다. 냉정한 분석과 전략적 연대가 필요하다.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시대일수록, 법과 원칙을 지키려는 집단적 의지가 더욱 절실하다. 그것이야말로 약소국이 선택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이고도 강한 대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