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기운이 완연해지는 요즘, 충북 단양 소백산에서는 하루 산행으로 네 계절을 모두 만날 수 있다.
천동~비로봉 코스의 들머리인 다리안계곡 입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낙엽이다.
산길과 도로 주변에는 마른 낙엽이 수북이 쌓여 있고 바람이 스칠 때마다 바스락거리며 굴러간다.
봄을 찾아 산에 올랐지만 출발은 마치 늦가을 길을 걷는 듯한 풍경이다.
조금 더 산길을 오르면 분위기가 달라진다. 계곡 주변에는 버들강아지가 피어나고, 흙길 위엔 솔잎이 촘촘히 깔려 있다.
등산객들의 발걸음 아래로는 마치 비단을 펼쳐 놓은 듯한 길이 이어지며 초봄의 정취를 전한다.
산길을 더 오르면 또 다른 계절이 모습을 드러낸다. 겨우내 얼어 있던 땅이 녹으면서 계곡물은 힘차게 흐른다.
바위 사이를 타고 콸콸 흘러내리는 물소리는 마치 여름 계곡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계곡을 따라 이어지는 물소리는 산행의 피로를 잠시 잊게 해주는 자연의 음악처럼 들린다.
하지만 소백산의 진짜 얼굴은 능선에 가까워질수록 드러난다. 소백산은 예로부터 칼바람으로 유명하다.
야영장을 지나면서부터 산길은 다시 겨울의 모습으로 바뀐다.
녹지 않은 눈이 얼어붙어 곳곳에 빙판길이 이어지고 등산객들은 자연스럽게 아이젠을 신는다. 배낭 속에 넣어 두었던 방한장갑과 모자도 다시 꺼내야 한다.
봄 산행이라 가볍게 생각하고 올랐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 산 아래에서는 봄이 시작됐지만 능선 위에서는 여전히 겨울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계절을 바꾸며 산길을 오르면 해발 1439.5m 비로봉 정상에 닿는다. 출발점과는 전혀 다른 풍경이다.
손끝이 시릴 만큼 차가운 바람이 불어오고 몸도 금세 식어 버린다. 봄기운이 완연한 시기지만 소백산 정상에는 아직 겨울이 남아 있는 듯하다.
그래서 봄철 소백산 산행에는 아이젠과 방한장
갑, 모자 같은 겨울 장비가 필수다. 말 그대로 지금 소백산에는 사계가 공존한다.
산행을 마치고 내려오면 또 하나의 즐거움이 기다린다. 자연스럽게 발걸음이 향하는 곳이 바로 단양구경시장이다.
시장 골목에는 단양 특산물인 마늘을 활용한 다양한 음식들이 관광객을 맞는다.
마늘순대와 마늘통닭, 마늘만두 등은 이미 널리 알려진 메뉴다. 최근에는 마늘곱창까지 인기를 끌며 상춘객들의 발길을 붙잡고 있다.
하루 동안 능선을 넘고 계곡을 지나며 소진한 체력도 따뜻한 음식 한 접시면 되살아난다. 소백산 산행으로 비워낸 몸을 단양 마늘 음식으로 다시 채우는 셈이다.
봄을 찾아 떠나는 소백산, 그리고 산에서 내려와 즐기는 시장 먹거리. 지금 단양에서는 산과 시장이 함께 만드는 또 하나의 봄 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이 기사는 충청매일에 실렸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