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무 한 단 꺼내놓고선

잘 드는 칼로

흙 묻은 잔뿌리 삭삭 밀고

떡잎 똑 따내어 알맞게 삭둑삭둑

​지난 겨울은 너무 추웠어

시대의 미친 바람이 할퀴는데

그래도 서로 몸 감싸가며 잘 버텼지

교활한 매국노놈들 나라를 망치려고

쥐뿔도 모르는 것들은 그저 돋보이려고

되도않는 악다구니를 오물처럼 뿌렸지만

그 추운 겨울도 은박지 한 장으로 지새우며

흰눈에 덮여서도 활짝 웃던 키세스 전사들

​다듬다보니 어럽쇼

요 쪼끄만 무에도 심이 박혔네

아니, 자라지도 않고 이러는 건

대체 어디서 배워 먹었대, 그래

​나이만 청년이면 뭐하냐

앞으로 나아가길 무서워 하고

곧게 서는 걸 배우기도 전에

눈치보면서 타협하고 슬쩍 가로채고

잔머리나 돌리는 걸 배웠으니

네가 무슨 청년이라 하는 건지

세대간에 성별간에 갈라치기나 일삼는

못돼 처먹은 군둥내나는

언필칭 청년 정치인 이라는 그 놈

​제법 많은 줄 알았는데

열무는 금방 다 다듬고

이젠 얼갈이 배추 차례

​그래도 겨울 다 가고

봄은 봄같지 않게 흘러갔으나

비로소 한시름 놓을 여름

잦은 비에 상한 배추 밑동같은 삶

살살 거두고 어루만져

또 다시 일어나 살아봐야지

천정부지로 치솟는 끼닛거리들

주머니 눈치 보느라 한 잔 소주도 망설이고

그러다보면 못 만나게 되니

이럴수록 자주 보며 살아야 하는데

썰렁한 주머니만 뒤적뒤적

​다듬고 썰고 다 했으니

이제 버무려야지

잘 절여놓고는 양념 채비

고춧가루에 소금에 액젓에

찹쌀풀에 마늘 생강 파까지

새삼 돈 많이 벌기는 글렀고

가난하지만 즐거워야지

힘은 들어도 행복해야지

그럴려면 혼자 누릴 생각 접어두고

같이 기대고 감싸고 일으켜 주면서

함께 걸어가야지

같이 늙어가야지

울고 웃고 사랑하면서

맛나게 서로의 삶을 버무리는 게

우리가 할 수 있는 같이 사는 삶의 모습

잘 버무려 한줄기 먹어보니

약간 매콤하지만 내 입맛에는 딱인데

엄마 드시기엔 좀 맵겠네

에구구 그래도 좀 보내드려야지

그리고 잘 익혀 먹어야지

​끝났다고 활짝 웃는 아내

오늘 햇김치 담그기 끝

나도 되도 않는 말들 늘어놓으며

너저분하게 씨부렁대기도 끝

 

저작권자 © 제천단양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