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천릿길을
거칠게 달려온 말처럼
얼굴을 와락 덮치는 겨울바람에
숨이 잠깐 턱 막힙니다
어젯밤 내린 눈이
미처 녹지 못한 응달길을
행여 미끄러질세라
엉금엉금 기다시피 걸었습니다
비로소 찾아온 겨울다운 추위가
잃었던 옛벗만큼이나 반갑네요
얼굴을 할퀴고 지나치는
질투에 빠진 애인처럼 표독하고
빨간 메니큐어 칠한 손톱같이
앙칼진 바람이랑
조금만 한눈을 팔면
바로 다리를 당겨 넘어뜨리는
눈이 얼어 굳어진 유리같은 길까지
이제야 올 겨울이
기억속의 겨울다워졌습니다
제 때 찾아 온 짜릿한 계절을
두 팔 벌려 환영합니다
어서 오십시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