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온 날들

그날 밤
눈사람은 아무 말도 없었고
하늘에서는 달빛이 눈보라처럼 휘날리며
내 가슴에 차곡차곡 쌓이고 있던 그날 밤
감을 모두 떨군 감나무는 목청껏 울부짖었고
대추나무에는 연을 잃어버린 아이들의 원망이
서럽게 서럽게 울려 퍼지는 밤이었지

그리운 사람들은 페허의 무덤뒤에 숨었지만
이내 무덤을 파헤치는 여우들에게
강제로 질질 끌려나오곤 했어
그들에게는 무지막지한 돌멩이들이 쏟아졌지

부릉부르릉 앞사발이 트럭이 목청을 가다듬었지만
이내 질척한 진흙탕에 빠져서는 숨을 거두고 말았는데
그래도 갈 길은 가야만 했지
뜨거운 보리차를 먹여주니
트럭은 다시 깨어나긴 하더군

배가 고파왔어
그래도 꾹 참는 수 밖에 없었지
들개처럼 공동묘지를 여기저기 쏘다녔는데
그러다보니 슬슬
하지만 지겹게 천천히 날이 밝아오고
그리고 곧 해가 떠올랐으니
참 길었던 밤 끝에 아침이 오긴 했지만

근데 이게 대체 뭐야, 젠장
맙소사 겨우 아침인가 했는데
벌써 저녁이 다 되었더군
징글맞게 길었던 밤과 터무니 없이 짧은 낮
그게 내 살아온 거였더라구, 그냥
아! 씨...

저작권자 © 제천단양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