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살아온 날들처럼
검은 양말 뒤꿈치에
구멍이 하나 뚫어졌습니다
몇 년 신었더라
헤아릴 수 없는 날들
내 바빴던 발에
신겨졌다 벗겨졌다 하더니
가쁘게 몰아쉬는 한숨처럼
구멍 하나 툭 트고
이제 제 할 바는 다했답니다
슬픈 눈빛같은 구멍을 보고는
나도 냉정하게
쓰레기통에 버리지 못하고 맙니다
다시금 빨래통에 넣었으니
한 번은 더 신어야죠
꿰매볼까 했지만 너무 얇게 닳아
한번만 더 신고는 버려져야겠습니다
오늘 또 한 번의 헤어짐은 미뤘지만
삶의 긴 가슴에
구멍 하나 또 뽕 뚫렸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