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나는 피지낭종 수술을 받았다.
피지낭종은 피부 아래 피지와 각질이 주머니처럼 쌓여 생기는 흔한 질환이다.
쉽게 말하면 몸 안에 기름 주머니가 하나 자리 잡은 셈이다.
나는 등 중앙과 왼쪽 팔꿈치 위쪽에 있었다. 평소에는 보이지도 않았고 아프지도 않았다.
일상에 지장을 주는 것도 아니었다. 그래서 꽤 오래 그냥 두었다. 당장 불편하지 않으면 우리는 대개 있는 일처럼 넘기게 된다.
처음에는 손으로 눌러봤다. 내용물이 조금 나오면 잠시 시원한 기분이 들었다.
문제는 냄새였다. 가족이 도와주다 인상을 찌푸리는 순간이 있었고, 그 표정이 민망함을 더했다.
그래도 "다 짰다"는 말 한마디로 상황을 정리하고 일상으로 돌아갔다. 며칠 후 다시 불룩해져도 비슷하게 대응했다.
인터넷을 통해 이것이 ‘피지낭종’ 병이라는 걸 알았다.
이전에는 그저 지나칠 수 있던 몸의 사소한 이상이 문제로 다가왔다.
이름을 알고 나서야, 비로소 그것을 문제로 인식하게 됐다.
병원에서 들은 설명은 단순했다. 피지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안에 남아 있는 주머니가 문제라는 것이다.
주머니가 남아 있으면 언제든 염증이 생기고 결국 반복된다. 그래서 정답은 제거였다.
수술 자체는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문제는 이후였다. 의사는 몇 가지를 꼭 지켜야 한다고 했다.
상처에 물이 들어가면 안 되고, 운동은 가능하지만 땀이 차면 2차 감염이 생길 수 있다고 했다. 제거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다음 관리가 더 중요하다는 뜻이었다.
이 과정을 되짚어보니 이것은 몸만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우리는 문제가 생기면 급한 것부터 처리한다.
눈에 보이는 것만 치우고 임시방편으로 넘긴다. 정확한 정보를 찾아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일은 뒤로 미뤄진다.
그러다 일이 커지면 그제야 시간과 돈, 에너지를 동시에 쓰게 된다.
사회도 마찬가지다. 어떤 사안에서 임기응변이나 주먹구구식 대처만 한다면 문제는 다른 형태로 돌아오고, 비용은 개인을 넘어 사회 전체가 부담한다.
피지낭종을 제거하며 깨달은 점은 분명하다. 잠깐의 요령보다 원칙적인 해결이 덜 아프고, 정확한 정보의 끝에는 항상 전문가가 있다는 것이다.
해결만큼 중요한 것은 그 이후의 총체적 관리다.
수술 경험을 돌아보며 나는 우리가 삶과 사회의 문제를 얼마나 쉽게 눌러 짜내듯 처리해왔는지를 곱씹어 보았다. 병에서 얻은 교훈이었다.
출처 : 충청매일(https://www.ccd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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