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쳐야 미친다’. 불광불급(不狂不及).
미치지 않으면 미치지(도달하지) 못한다. 어떤 일에 집념하지 않으면 어떤 것도 이룰 수 없다는 것을 뜻하는 말이다.
예전에 정민 교수의 인문학 교양서 ‘미쳐야 미친다, 2004년’를 읽고 울림이 컸다.
조선시대 지식인들의 열정과 광기를 소개한 글이었다.
이 책 저자가 충북 단양을 찾는다는 이야기에 귀가 솔깃했다.
그래서 지난 24일, 토요일 단양 올누림센터를 찾았다.
100여석의 자리를 채우고 접이식 의자까지 깔아야 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참석했다.
천주교 원주교구 주최, 천주교원주교구문화영성연구소 주관, 원주교구 순교자현양위원회가 후원한 ‘을사추조적발 사건 240주년 기념 심포지엄’자리였다.
정 교수는 ‘김범우 밀양 단장(丹場) 유배설의 당착과 오류’라는 제목으로 설명했다.
역사나 천주교회사에 문회한인 기자도 이해할 수 있는 명강의였다.
그가 이야기한 김범우란 인물은 1751년 태어나 1786년 30대 중반 숨을 거뒀다. 
세례명이 토마스인 그는 현재 명동성당이 들어선 자신의 집에 모여 이벽,이승훈, 정약용 등 남인 학자들과 천주교를 공부했다.  
그러다 을사년인 1785년 3월 포졸들에게 체포돼 추조(형조)에 끌려갔다. 
어떤 이유에선지 양반들은 모두 풀려나고 역관인 그만 매질을 당하고 충북 단양으로 귀양왔다.
매질 후유증, 여독 등으로 2년여 만에 숨을 거뒀다. 한국 천주교 역사상 첫 순교자가 됐다. 
그런데 1980년 일부 사제와 후손들에 의해 김범우 토마스가 경남 밀양 단장면으로 유배됐다는 주장이 나왔고 정설로 굳어졌다.  
하지만 이날 심포지엄을 통해서 김범우의 순교지가 단양임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김범우가 받은 형벌인 ‘도배’형은 밀양까지 내려갈 수 없고 토마스 사후 84년 뒤 단장면이라는 행정지명이 생겼다는 점 등 단장 유배설의 허구를 지적했다.
이날 정 교수는 영화 ‘콘클라베’에서 로렌스 추기경이 교황 선출 투표장의 격렬한 혼란 앞에서 이야기 한 말을 인용했다.
"확신은 통합의 강력한 적이며 포용의 치명적인 적입니다. 우리의 신앙이 살아있는 까닭은 의심과 손을 잡고 걷기 때문입니다."
그는 이렇게 마무리했다. 
"논박할 가치가 없는 상식에 어긋난 주장이 위세를 떨칠때 이를 바로잡는 일이 쉽지않다"면서 "그러나 이왕 이렇게 됐으니 그냥 덮고 넘어가자는 것은 말이 안된다. 사필귀정이랬으니 틀린 것은 바로잡고 왜곡된 것은 돌려놓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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