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태동 수양개보존회장/에코단양 전 대표
초등학교 때부터 덴마크가 가보고 싶었다.
초원의 젖소 그림도 그랬지만 안델센의 ‘성냥팔이 소녀’도 그런 그리움에 한몫했다.
행복지수라는 게 해마다 발표되면서 우리나라는 죽으라고 해도 50몇 번째인데 항상 상위권을 독점하는 나라 중에 덴마크가 있다.
도대체 어떤 곳일까, 옛날부터 그리움과 호기심을 갖고 있던 필자는 지난 7월 열흘 동안 덴마크를 둘러볼 기회가 생겼다.
이 기간 젖소를 키우는 농촌 마을에서도, 고기잡이를 하는 어촌마을에서도 잤다.
안델센 고향에선 청소년들이 하는 뮤지컬 ‘미운오리새끼’를 즐겼다.
마을축제에 나와 자유롭게 자리를 깔고 웃고 손뼉 치는 시민들과 극을 하는 사람들, 봉사하는 사람들이 하나같이 즐기고 있었다. 거기도 노인들이 많았다.
충격적인 상황은 수도인 코펜하겐에서 있었다.
택시를 불러 이동 중 미터기에 요금보다 큰 숫자로 계속 올라가는 수치가 있었다. 뭔가 했더니 CO2가스 배출량이다. 딸이 콜을 했더니 딸 이름도 함께 표시되었다.
당신이 이 차를 타고 가면서 탄소배출을 이만큼 하고 있다는 경고로 느껴졌다.
지속가능한 세상을 지킨다는 게 바로 이런 거구나, 놀라운 아이디어에 공감했다.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시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덴마크와 스웨덴 일부지역에서 생각해낸 방안이었다. 더 빨리 달리자고 하기가 어려웠다.
코펜하겐의 운하를 따라 도시를 구경하다 하얀 연기를 사정없이 뿜어대는 높은 굴뚝을 보았다. 환경의 모범이라는 도시에 이게 웬일인가.
더 큰 충격은 ‘코펜힐’이라는 폐기물소각장이며 동시에 환경과 관광의 대표적 명소라는 설명이었다.
평소 소각장과 환경은 서로 대치되는 것으로만 알고 있었다.
이거 한 건 했다는 호기심으로 코펜힐 소각장을 찾아갔다.
폐기물 소각으로 골치를 앓고 있는 우리지역의 환경현황이 떠올라 사진부터 찍었다. 시간을 내어 소각장이 환경 관광자원으로 바뀐 배경을 정리를 해보았다.
코펜힐은 폐기물소각장이자 소각 열로 재생에너지를 생산하는 발전소를 겸한 복합시설이다. 이런 소각시설을 81만명(37만 가구)이 거주하는 수도 가운데 둔 것은 그만큼 기술력이 있다는 자신감을 말한다.
코펜하겐은 세계 도시 중 제일 먼저, ‘2025년 탄소중립’을 이루겠다고 선언했다. ‘지속가능한 도시’ 실현에 코펜힐을 대표적 상징물로 활용하고 있다.
소각장이자 발전소인 복합건물을 주민의 4계절 스키장, 산책로, 암벽등반로, 도시 전망대와 쉼터로 구성하여 주민과 관광객의 환경교육장으로 사용한다. 모두 무료다.
2013년 착공하여 2017년 완공했으며, 2019년 10월4일 개장했다.
설계비, 건축비, 설비비등 총투자비용은 약 6억6천만 유로(7억3천만 달러/현재의 환율로 한국 돈 약 9,400억원) 투입했다.
연간 44만 톤의 폐기물 소각시설(CO2 포집시설 포함), 15만가구가 사용하는 전기와 난방에너지 생산과 발전시설, 400미터 스키 슬로프와 80미터의 암벽등반로, 산책로와 정상의 환경정원과 쉼터, 코펜하겐을 한 눈에 바라보는 전망대가 있다.
배출가스 허용 기준에 덴마크 정부는 유럽연합의 배출 허용기준을 철저히 따르고 있다. 이걸 위배하고 있다면 관광명소로 자랑할 가치가 없다.
한국의 허용기준치에 비해 먼지, 황산화물, 일산화탄소, 염화수소가 더 엄격하다.
코펜힐은 주민 참여와 건강보호에 적극적이다.
소각장 운영에 주민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고 정기 간담회를 갖는다.
소각장 주변의 대기질, 토양, 수질 등을 정기점검하고 결과를 공개한다.
주민의 건강상태를 정기검진하고 각종 건강지표를 공개한다.
주민 건강에 미치는 소각장의 영향을 분석하고 문제가 있을 때는 의료비와 생활지원금을 제공한다.
코펜힐의 효과는 높은 수익률로 뒷받침된다.
1)지속가능 도시로 주민에 대한 환경개선 효과와 폐기물 처리비용 절감이다.
2)연간 15만 가구에 전기, 난방 공급에 따른 수익으로 연간 3-4억 달러 규모이다.
3)포집된 CO2 판매 수익이 있다. 연 10만톤 정도 생산하는데 탄산음료, 식품의 신선도 유지. 원예의 광합성 속도 증가, 메탄올을 생산등 수요가 늘어나 국제가격이 해마다 상승하고 있다.
4)환경명소, 관광명소로서 거두는 부대 효과도 적지 않다.
이런 수익효과를 감안하면 운영비용을 고려해도 단기 투자회수가 가능한 사업이다.
코펜힐이 밝히는 CO2포집은 연소가스를 흡수제인 아민용액으로 CO2를 분리시켜 액체상태로 저장탱크에 보관하는 기술이다.
코펜힐은 여러 사정으로 미량의 악취가 있음을 시인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소각장 설비, 필터, 세정시스템의 점검과 교체, 기술개선 등 악취 최소화에 노력하고 있다.
악취는 배출가스에 남아있는 잔류 화합물, 소각 전 보관 중인 폐기물, 소각장비의 이상으로 불완전 연소, 소각장 내부의 공기 환기, 폐수처리 과정의 침출수로부터 발생할 수 있다. 기후조건, 특히 바람의 방향, 기온에 따라서 냄새가 난다.
24년 7월 23일, 코펜힐 정상에서는 약간의 암모니아 가스냄새가 느껴졌다.
이러한 악취가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의학적 상식이다.
호흡기질환, 두통과 메스꺼움, 눈과 피부에 자극, 스트레스와 수면장애, 집중력 저하, 장기적으로 악취에 노출되면 만성호흡기질환이나 심혈관질환이 발생한다.
코펜힐은 그 건설 때의 도전정신을 이어가고 있다.
화학분야, 엔지니어링분야, 건설사 등의 외부 전문업체와 협력하여 고효율의 흡수제 개발, 에너지 효율 최적화 기술 개발, 운영비용 절감, CO2포집 경제성 제고에 지속적인 연구와 투자를 하고 있다.
모든 사업은 코펜힐의 주체인 ARC(Ameger Resource Center)가 총괄한다. 그날 그 소각장 꼭대기 연기나는 굴뚝 바로 밑 정원에서 아내와 딸네, 손자는 도시락을 펼쳐놓고 먹었다. 파란 하늘은 맥주를 마시듯 연기를 마시고.
(필자 주/충북 단양을 포함한 시멘트 공장 인근 지역의 소각시설에 대한 개선과 이해를 위해 저의 짧은 견문록을 남깁니다)
*아래 관련 사진 참고(2024년 7월 23일 촬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