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으로 채운 한 쌍의 스몰 웨딩 이야기-
“사랑과 사람의 차이를 아시나요?”
“사랑은 받침이 동그라미이고, 사람은 받침이 네모지요.”
“인생 살이가 그다지 어렵지 않다는 걸 저는 이 두 글자에서 배웠습니다. 중요한 건 하나입니다. 네모보다 동그라미를 더 크게 그리는 연습.”
최근 제천의 한 웨딩홀에서 조용한 결혼식이 열렸다. 이곳은 지역에서 손꼽히는 규모와 시설을 갖춘 웨딩홀로, 화려한 예식부터 소규모 가족행사까지 아우를 수 있는 맞춤형 공간이다. 이날의 결혼식은 그 넓은 공간 중에서도 작고 조용한 홀에서 열렸다. 그 선택은 단순히 ‘작게 치르자’는 의미를 넘어, ‘우리에게 진짜 필요한 것만 남기자’는 신랑신부의 철학이 담긴 결정이었다.
결혼식엔 수백 명의 하객도, 스포트라이트 아래 순서를 다투는 거창한 형식도 없었다. 양가의 형제자매들이 둘러앉아 식사하고, 서로의 얼굴을 익히고, 축하와 덕담을 주고받는 시간. 두 시간 남짓 이어진 이 자리는 ‘결혼식’이라기보다 ‘한 가족의 탄생을 조용히 축하하는 모임’이었다.
그 공간은 마치 상징처럼 보였다. 웨딩홀이라는 이름이 주는 ‘화려함’과, 그 안에서 열린 ‘소박한 예식’이 절묘하게 공존했다. 실제로 이 웨딩홀은 돌잔치나 세미 웨딩, 이번처럼 스몰 웨딩 등 사용자 맞춤형 예식이 가능한 곳이다. 크고 작은 선택이 공존하는 공간 속에서, 이 부부는 자신들의 현실에 맞는 방식으로 삶의 첫 걸음을 내디뎠다.
신랑신부가 선택한 것은 스몰 웨딩이지만, 그들은 단순히 규모를 줄인 것이 아니라 방향을 바꿨다. ‘남들처럼’이 아니라 ‘우리답게’라는 말을 중심에 두고 준비한 결혼식이었다. 주례도 생략했고, 하객도 최소화했다. 식은 짧았지만 대화는 길었고, 형식은 없었지만 의미는 가득했다. 그 시간 동안 어떤 상업적 연출보다 더 깊은 울림이 있었다는 게 참석자들의 한결같은 소감이었다.
신부 아버지는 딸과 사위를 번갈아 바라보며 말했다.
“아들이 없던 우리 집엔 오늘 든든한 아들이 생겼고, 딸이 없던 사돈댁엔 예쁜 딸이 생겼습니다. 오늘 우리는 서로에게 귀한 보물을 주고받은 셈이지요.”
그리고는 다시 한 번 웃으며 말했다.
“모난 일도 있고, 티격태격 다툴 때도 있을 겁니다. 그럴 때마다 기억하세요. 네모보다 동그라미를 더 크게 그리는 연습. 그 속에 다 던져 넣으면 인생은 알콩달콩 잘 굴러갑니다.”
이 말은 단지 한 아버지의 훈계가 아니었다. 지금의 결혼문화에 대한 조용한 성찰이자, 새롭게 시작하는 부부들에게 건네는 인생의 비결이었다. 무언가를 더하거나 빼는 방식이 아니라, 마음을 담는 방식으로 결혼을 이야기하는 순간이었다.
요즘 결혼식은 이전과 많이 달라졌다. 남들보다 더 크고 화려하게 하려는 경쟁심, 받은 만큼 돌려줘야 한다는 심리적 부담, 그리고 결혼을 산업으로 만드는 상업적 흐름은 때로 혼례의 의미를 ‘허례’로 바꾸어 놓기도 한다. 실제로 많은 젊은 세대가 비용, 감정노동, 형식주의에 대한 피로로 인해 결혼 자체를 부담스러워하고, 심지어 회피하기까지 한다.
그런 흐름 속에서 스몰웨딩, 노웨딩, 혹은 ‘가족 중심 결혼식’이라 불리는 방식이 하나의 대안으로 자리잡고 있다. 비용을 줄이는 목적을 넘어, 결혼을 함께 살아갈 사람들과의 깊은 시작으로 만드는 선택이다. 그 선택의 중심엔 보여주는 결혼이 아니라 나답고, 우리다운 결혼이 있다.
이날 결혼식의 끝은 박수나 환호가 아니라, “잘 살아라”, “건강해라” 같은 덕담이 몇 번이고 반복되는 장면이었다. 사진보다는 말이 많았고, 절차보다는 표정이 많았다. 화려한 날은 아니었지만, 오래 기억에 남을 날이었다.
예비부부들에게 이 작은 결혼식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분명하다.
결혼을 시작하는 방식은 수천 가지일 수 있다. 중요한 건 그 가운데 ‘내가 누구와 어떤 삶을 꾸릴 것인지’를 중심에 둘 수 있는가이다. 결혼식이 크든 작든, 주인공의 마음이 담긴 자리라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누군가의 말처럼, 결혼은 함께 그리는 동그라미다.
그 동그라미가 모난 현실도 품을 만큼 넓게 그려진다면, 사랑도 사람도 오래 굴러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