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를 통해 겨울산 눈꽃 명소인 태기산을 알게 되었다.
어려움 없이 다녀올 수 있다는 설명, 사진 속 빼어난 풍경에 이끌려 1월8일 강원도 횡성 양두구미재로 떠났다.
태기산의 본래 이름은 덕고산(德高山). 삼한시대 진한의 마지막 임금인 태기왕이 산성을 쌓고 신라에 대항하던 곳이다.
성골이라는 산자락에 아직도 그 성터가 남아 있다고 전해진다.
양두구미재를 향해 달리던 중 파란하늘이 손에 닿을듯 말듯한 높이에 이르자, 도로인지 주차장인지 구분할 수 없는 광경이 펼쳐진다.
대형관광버스부터 크고 작은 자가용까지 빼곡하다. 많은 자동차들 틈에 적당한 곳에 자리가 났다. 얼른 차를 대면서 생각하니 이런 날은 끝까지 운수가 좋았다.
동장군이 주춤한 일요일이라 그런지 많은 사람들로 북적인다.
외투를 벗어 배낭에 넣고 파도처럼 밀려오는 사람들 속으로 걸어갔다.
오늘 나의 등산코스는 최단거리인 양두구미재에서 태기산 전망대까지 9km임도다. 태기분교-태기산 전망대를 찍고 되돌아온다.
양두구미재의 해발 고도는 980m이고, 태기산 정상의 해발고도는 1261m. 초보자도 거뜬히 오를 수 있는 최적의 등산코스이다. 거기에다 최고의 눈꽃 산행이다.
등산로 입구 '태기산 국가생태 탐방로' 안내판에는 다양한 정보가 들어 있다.
다음에는 이 정보를 토대로 여유있게 곳곳을 걸어봐야겠다.
오늘 눈밭길에는 산악회, 가족, 커플, 부자, 모녀로 보이는 다양한 형태의 등산객이 눈에 띈다. 평상복에 운동화 차림도 많다. 아버지를 모시고 온 중년의 아들은 조곤조곤 풍광을 설명하고, 아버지는 고개를 끄덕인다. 부자의 모습에 코끝이 찡하다. 가슴속이 따뜻해진다.
시작부터 오르막길이지만 앞서 가는 사람들의 보폭에 맞추니 힘들지 않다. 눈썰매를 들고 가는 모습이 의아했는데 얼마지나지 않아 이유를 알게 됐다. 고속으로 눈썰매를 타고 내려오는 사람들의 함성소리가 들려왔다. 신나게 내려오는 사람들은 남녀노소 불문하고 개구쟁이 표정이다.
오르면 오를수록 파란하늘이 짙어진다. 하늘과 바다가 하나되는, 눈속임 없는 마술이 펼쳐지는 곳. 바로 자연이다.
파란하늘과 짝을 이루는 하얀 풍력발전 풍차가 선명하다. 건너편 음지의 나무는 눈부신 볕아래 반짝이는 눈꽃과 흑백 대비를 이룬다. 수묵화와 수채화다.
산자락 사이로 보이는 조망은, 지루할 것 같다는 임도 걷기에 대한 나의 편견을 무너뜨린다. 포근한 날씨로 곳곳에 눈이 녹아 질퍽하지만 파랗고 하얀 풍경에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늘 아래 첫 학교라는 태기분교 터를 지난다. 1968년 6월 개교해 1976년 폐교되기까지 8년 동안 운영됐다. 요즘은 생태탐방로를 겸한 나들이코스로 사람들에게 인기다. 4계절 백패킹의 성지이기도 하다.
태기분교터를 지나자 경사가 심하다. 그래도 뽀드득 눈밟는 소리는 걷는 재미를 더해준다. 간간이 제설작업을 위해 오가는 트렉터를 피하기 위한 잠깐의 멈춤도 에너지 충전에 도움이 된다.
태기산 정상석이 태양을 등지고 있다. 간단히 인증사진을 찍는다. 늦은 오후 산바람을 이기기위해 배낭에서 겉옷을 꺼내 입는다. 눈이 녹아 질퍽이던 곳은 어느새 살얼음판이 되었고 길은 한적하다. 가끔 비박을 위해 자기 키만한 배낭을 메고 올라오는 등산객을 만난다.
등산은 오르막보다 내리막을 조심해야 한다. 아무리 쉬운 코스라도 안전이 제일이다. 특히 겨울 산은 그렇다. 아이젠을 착용하고 스틱도 꺼낸다. 낮시간과 달리 조용해서 좋다. 웅웅거리는 풍력발전기 소리를 뒤로하고 태기산을 내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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