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할머니의 옛날 이야기 듣는 것을 좋아했다. 교과서나 동화책 속에서는 거창하게 권선징악을 강조한다고 하지만 우리 할머니는 달랐다. "누가 그렇다더라, 말도 안듣고 그러더니 결국 엄마가 아프게 됐다. 그런데 너는 안그러지? 착하니깐". 속으로는 조금 뜨끔했지만 나는 아니구나 위안을 했다. 배를 문질러주며 두런두런 하는 말씀을 듣다보면 배나 머리 아픈게 금방 나았다.
새해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설도 쇠고 2월 중순을 달린다. 2월5일 옛 이야기도 알아보고 걷기도 즐길 수 있는 곳을 찾았다. 경북 영주시 휴천동 광승이 마을 뒷산에 있는 뚜께바위.
지난해 영주에 계시는 작가 권서각 선생을 통해 뚜께바위를 알게 되었다. 독특한 이름의 사연도 궁금하고 도심 속 산책 명소라는 말씀에 솔깃했다.
‘뚜께바위’는 높이 10m. 지름 7m 가량의 풍채를 자랑한다. 둥근 항아리 모양에 뚜껑이 얹혀 있는 모습으로 마을 사람들은 ‘뚜께바우’ 혹은 ‘뚜께바위’ 라고 부른다. 결국 바위에 뚜껑이 닫혀있다는 의미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뚜께바위로 오르는 길은 여러갈래다. 영주시 휴천동 일대 아파트나 개인 주택 어디에서도 접근이 용이하다. 나는 대영중.고등학교가 있는 아파트 촌에서 출발하였다.
시작과 동시에 오르막길이다. 가벼운 숨가쁨이 나쁘지 않다. 내쉬는 숨에 피어오르는 하얀 입김이 바람을 타고 흩어진다. 얼마지나지 않아 넓은 흙길과 마주한다. 푹신한 느낌의 흙길은 기분을 좋게 한다. 쾌적한 기분이 그대로 몸 안을 감싸며 온기가 돈다.
몸에 열이 나기 시작하니 종종걸음이 여유를 찾는다. 메마른 나무에 걸쳐있는 눈이 팝콘같다. 흙길 중간중간 자리잡은 빙판길이 긴장의 끈을 놓지 않게 한다. 산책하는 시민들이 여기저기서 나타났다 사라진다.
좀 너른 지점에 다다르자 몸집이 거대한 바위가 우뚝 솟아 있다. 뚜께바위다. 생각보다 크다. 잘 정돈된 데다 균형까지 맞춘 모습에 "우와"하는 탄성이 나온다. 항아리 모양의 바위는 전설 속 이야기와 이름까지 딱 들어맞는다.
산중턱을 자른듯 평평하고 널찍한 광승산 정상에는 운동기구와 안내판이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다. 올바른 걷기방법을 보며 자세를 고쳐본다. 우선 상체를 똑바로 펴고 바른 자세로 서야 한다. 몸에 과도한 힘을 주지 말고 자연스럽게 정면을 본다. 팔은 앞뒤로 흔들며 걷도록 한다. 걸을 때는 발뒤꿈치에서 발 중앙, 발가락의 순으로 앞으로 내딛는다.
그렇게 걷다보니 어느덧 하산길이다. 이곳은 경사나 거리 등 어느 것 하나 과하지 않은 명품이다. 가는 길목 의자를 보는 것 만으로도 마음의 여유가 생긴다. 나무의자에 앉아 하늘을 올려보는 어르신의 얼굴이 평안하다.
현판이 깨끗한 개암루 정자 위 햇볕은 얼얼한 볼따구의 겨울바람을 녹인다. 광승산에서 바라보는 영주시, 왜 이곳을 뷰맛집이라고 하는지 알 수 있다. 뚜께바위길을 내려가며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삶을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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