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운동 104주년인 지난 1일, 충북 제천의 독립운동가 이범우 선생 묘소를 찾았다.
제천항일독립운동기념사업회(회장 리학효)에서 이범우 지사 묘소참배 계획을 전했기 때문이다. 이날 오전 9시30분 제천시 모산동 세명대 후문 인근에서 열렸는데, 부끄럽게 기자도 선생의 묘소를 잘 찾지 못했다.
이범우(李範雨) 선생은 경주(慶州)이씨로 부명보통학교(현 제천동명초)를 졸업하고 제천군 잠업계 조수로 근무했다. 1919년 4월17일 제천 장날을 택해 1천여명의 군중이 운집하여 격렬하게 만세 시위를 벌이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그날 동료들과 함께 연행되었고 보안법 및 출판법 위반 혐의로 10개월 형을 받고 옥고를 치렀다.
구완회 세명대 명예교수는 "최근 일부 인사들이 우리 민족의 잘못으로 일제가 들어왔다는 등 식민사관을 이야기하는 것을 보고 가슴아프다"며 "이렇게 우리가 역사를 기억하는 것은 과거 보다는 현재 우리의 모습과 현실을 보자는 뜻"이라고 말했다.
리학효 회장도 "제천에서 독립운동한 여러 애국지사가 이런저런 이유로 제대로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다"면서 "행정기관, 의회, 시민사회가 나서 애국지사들이 명예를 되찾을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참배를 마치고 예전에 오른 적이 있는 인근 까치산을 찾았다. 워낙 오르막이 심했던 기억때문에 사뭇 긴장했다. 이럴 때는 천천히, 보폭을 줄이고, 경사진 길은 지그재그로 걷는 방법이 상책이다.
호흡을 가다듬으며 얼마를 오르자 붉은 흙길과 푸른 소나무가 나타났다. 뭉친 어깨의 근육이 풀리며 묵직했던 마음도 가벼워졌다. 헉헉 요동치던 심장이 편안해지면서 숲속에서 새소리가 들려왔다. 산새가 나무의 이름표를 보고 '적송'이라고 알려주는 듯 하다.
등줄기에 땀이 흥건할 때 까치봉(624m)에 도착했다. 키 작은 이정표의 글씨가 반갑다. 물 한모금 마시고 다시 걷는다. 고적한 숲길이 스치는 바람에 흔들리며 마른 낙엽 아래 숨어 있던 겨울을 불러냈다. 군데군데 숨어 있는 빙판길이 조심스럽다. 이제 솔봉으로 향한다. 까치봉에서 300미터 쯤 가면 솔봉(741m)이다. 나무에 가려 조망은 없다. 나뭇가지 틈으로 보이는 조각난 전경을 퍼즐 게임처럼 맞춰본다.
어제만해도 파랗게 맑았던 날씨가 희뿌연 잿빛이다. 솔봉을 지나자 바람이 예사롭지 않다. 얇은 옷차림으로 백곡산 정상까지는 무리다. 모산임도로 하산을 결정했다. 바람을 피할 수 있는 양지를 찾아 빵으로 출출함을 달랬다.
봄을 기다리는 산자락으로 내려온다. 제2의림지 한방치유숲길로 이어진다. 저수지 가장자리로 녹아내린 얼음과 여전히 꽁꽁언 호수 한가운데를 번갈아 본다. 봄과 겨울의 신경전이 팽팽하다. 그래도 봄은 온다. 겨울이 가고 봄이 오고 있다.
노래를 찾는 사람들의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이상화 시'를 흥얼거리며 걷기를 마무리한다.
"나는 온몸에 햇살을 받고 푸른하늘 푸른들이 맞붙은 곳으로 가르마같은 논길따라 꿈속을 가듯 정처없이 걸어가네. 걸어만 간다. 그러나 지금은 들을 빼앗겨 봄조차 빼앗네. 빼앗기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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