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달려든 영규는 몸을 돌리는 사내의 얼굴을 주먹으로 힘껏 쳤다. 
마침 그는 엉거주춤 아랫도리를 내리려 하고 있었기에 무방비 상태였다. 

그 사내도 덩치가 장난이 아니었다. 장신의  울퉁불퉁한 몸은 황소라도 때려잡을 기세였다. 그 사내는 방심했기에 영규에게  얼굴을 세게 맞은 데다 옆구리, 배까지 차였다.

 나가떨어졌던 사내가 잠시 후 다시 비틀거리며 일어섰다. 살기를 띄고 쫒아오기 시작했다.
영규는 무서움을 느끼고 수진이의 손을 잡고 냅다 뛰었다. 수진이는 핸드백을 꼭 쥐고 미니스커트를 펄럭이며 죽을 각오로 뛰었다.

이제 따라오는 사내는 없었다. 
영규와 수진은 영규가 얻은 작은 방으로 자연스럽게 들어가게 되었다. 
숨을 헐떡거리며 마치 큰일을 치른 동지처럼 말없이 잡은 손을 풀고 털퍼덕 앉아 안도의 숨을 쉬었다. 

사실 수진이는 체육학과 학생을 사귀면서 육체적 매력으로 친구들에게 어필하며 데이트를 하고 있었다. 늘 예의 바른 남자가 그날 따라 짐승처럼 달려들어, 너무나 놀라고 약한 힘으로 대항하기 힘든 위기에 처했을 때 영규가 나타나준 것이었다.
 
수진이는 늦은 밤이 돼도 돌아갈 생각을 하지 않고 그동안 있었던 일들을 조곤조곤 이야기했다. 미니스커트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다리를 쭉 뻗고 자기 집처럼 편하게 비스듬히 누워있었다. 
정신이 돌아온 영규는 어릴 때부터 운동을 좋아했고 민주화투쟁을 위해 쫒겨다니는 서울대 학생이라고 소개하면서 동정심을 얻고자 노력하였다.
 
통행금지 사이렌이 울린 지 한참이 지났다.
영규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집에 가셔야 하는 거 아닌가요? 부모님이 걱정하실 텐데."
수진이는 대답했다. “제 이름은 수진이고 친구네서 공부하다 자고 간다고 했어요.” 

“그 그럼 피곤하실 텐데 이불을 펴드릴까요?"

영규는 더듬거리며 말했다. 
수진이랑 한방에서 지낼 수 있다니 꿈인지 생시인지 자신의 다리를 슬쩍 끄집어보았다. 아팠다. 
수진이는 별 부끄럽 없이 재킷을 벗더니 이불속으로 들어가 자는 척 하였다.

이불이 하나인지라 영규는 맨바닥에 잠바를 덮고 팔베개를 하고 누웠다. 머릿속은 더욱 말똥말똥해지고 몸이 하늘 위로 붕 뜨는 느낌이었다. 같은 방에 있다는 것은 몸을 허락한다는 것인가 아닌가 여러 가지 생각 속에서 아랫도리에서 불구덩이 솟아올랐다. 뜨거운 그 무엇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긴 침묵을 깨고 수진이가 속삭였다. "이리 와서 이불을 같이 덮어요. 감기 들면 안 되죠."
"그 그래도 될까요?" 영규는 얼른 수진이 이불속으로 들어갔다. 결국 한 이불에 두 사람이 붙어있으니 서로 안을 수밖에 없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를 더듬으며 한 몸이 된 두 사람은 격정적으로 움직였다. 순간 영규는 군입대 후 처음으로 찾았던 집창촌인 용주골에서 만난 첫 여자가 생각났다. 그는 26사단에서 암호해독을 담당하였다. 북에서 보내는 통신 암호를 풀어내는 일이었다. 
몇 번의 훈련 끝에 영민한 영규는 금방 익혀 실력을 인정받아 다른 병사들보다 휴가도 많이 받았다. 
첫 휴가 때 선임들이 데리고 간 곳은 용주골이었다. 사실을 6만의 미군부대가 주둔하고 그들을 위해 합법적으로 운영되던 곳이었다. 돈만 있으면 한국 군인도 단체로 출입이 가능하였다. 
20㎝ 정도의 굽의 구두를 신는 곳 망사스타킹 짙은 화장 자신의 실명과 고향을 밝히지 않는 곳 용주골의 특성이다.
저녁이면 붉은 조명아래 담배를 물고 바비인형처럼 서있는 곳이다. 
영규는 거기서 아무 방이나 들어갔다. 작은 방 벽에는 그 여자의 초상화가 연필로 그려져 있었다. 작은 패드와 뒤처리를 위한 세숫대야, 수건 등이 초라하게 비치되어 있었다. 그녀들은 밤새 손님을 받고 오후 4시에 간단한 식사를 하고 다시 손님을 받는 생활을 하였다. 영규가 들어간 방의  그녀는 웃지도 찡그리지도 않았다. 상체는 아예 벗은 채로 있었다. 

가슴이 하나도 없는 여자였다. 작은 유두 두 개만 달랑 달려있고 밋밋한 하얀 절벽 같은 가슴은 묘한 섹시함을 느끼게 했다. 시간은 40분 안에 끝내야 한다. 아니면 추가 돈을 내야 하고 같은 일행과 함께 떠날 수 없었다. 

그때 영규는 첫 경험이라 어찌할 줄 몰랐다. 그녀는 능숙하게 매만져 주면서 자연스럽게 자기 쪽으로 끌어당겼다. 약간의 수치심이 있었으나 워낙 부드러워 편안하고 쾌락의 나락으로 빠져든 느낌이었다. 수진이와의 밤이 첫 번째는 아니었다. 한 번의 경험과 여러 책에서 본 간접경험과 선배들의 이야기들을 생각하며 되도록 부드럽게 시도하였다. 수진이의 신음소리가 고조되어 갈 때 영규도 함께 새로운 세계로 접어들고 있었다. 

<계속>

관련기사

저작권자 © 제천단양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