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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가면 오솔길

제천 농아인협회 2026년 정기총회
제천시 농아인협회 2026년 정기총회
제천시 농아인협회 2026년 정기총회
제천시 농아인협회 2026년 정기총회

충북농아인협회 제천시지회는 지난 1월 31일 오전 10시, 대한적십자사 제천시 강당에서 2026년도 정기총회 및 민속놀이 한마당을 개최했다. 지회 사무실 공간이 협소한 여건 때문에 외부 공간을 임대했다.

총회에서는 지난해 주요 사업과 재정 운영 결과를 보고하고, 올해 기본재산 및 사업계획을 심의·의결, 임원 선출을 포함해 지회 운영 전반에 대해 논의했다. 수어통역과 함께 진행된 사업보고는 참석한 회원들의 이해를 도우며 차분하게 이뤄졌다.

총회 자리에서는 미등록 농아인이 여전히 많다는 점에 대한 안타까움도 공유됐다. 임원들은 “정보에서 배제되지 않도록 모든 장애인이 협회에 등록해 함께하길 바란다”며, “장애인 문제는 혼자 감당하면 벽이 되지만, 함께하면 길이 된다”고 강조했다. 농아인 스스로가 주체가 되어 공동체 안에서 권리와 목소리를 키워가야 한다는 당부도 이어졌다.

회의가 진행되는 동안, 강당의 공기는 조금씩 달라졌다. 처음에는 서로 조심스럽게 눈인사를 나누던 자원봉사자들과 농아인 회원들은 수어와 손짓을 매개로 자연스럽게 마음의 거리를 좁혀갔다. 말보다 표정이 먼저 닿았고, 설명보다 기다림이 먼저 오갔다. 서먹함은 점차 웃음으로 바뀌었고, 총회장은 어느새 사람 냄새 나는 공간이 됐다.

총회를 마친 뒤에는 회원 간 친목을 다지기 위한 민속놀이 한마당이 이어졌다. 윷놀이와 슐런(나무 보드 위에서 판을 미는 네덜란드식 전통 게임) 대회가 펼쳐지자, 강당에는 응원과 박수,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승패보다 함께하는 시간이 더 소중한 듯, 참가자들은 서로를 응원하며 모처럼의 만남을 즐겼다.

행사가 끝난 뒤에도 헤어질수 없었다. “다음에 꼭 다시 만나요”라는 손짓과 눈빛이 여러 차례 오갔고, 주변에 청각·언어장애인이 있다면 꼭 함께 오도록 서로에게 당부하는 모습도 곳곳에서 포착됐다. 짧은 만남이었지만, 이미 하나의 공동체가 되어버렸다.

자원봉사자로 참여한 이들은 농아인 회원들이 얼마나 따뜻하고, 세상을 섬세하고 아름답게 바라보는 사람들인지 새삼 느꼈다. 도움을 주기 위해 찾은 자리였지만, 오히려 더 많은 것을 배우고 돌아가는 기회였다.

한편, 이날 외부 강당을 빌려 총회를 열어야 했던 현실은 농아인협회가 안정적인 활동 공간을 확보하지 못한 지역 여건을 다시 한 번 보여주기도 했다. 회원들은 농아인들이 보다 편안하게 모이고 소통할 수 있는 공간 마련에 대해 정부와 지자체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충북농아인협회 제천시지회는 앞으로도 다양한 친목·문화 프로그램을 통해 회원 간 유대감을 높이고, 더 많은 농아인들이 협회에 등록해 지역사회 안에서 당당한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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