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 초등학교에 다니던 아들이 사무실에서 일하는 내게 급하게 전화한 적 있다. 방과 후에 집으로 돌아왔는데 난생 처음 보는 사람과 거실에서 마주쳤다는 것이다.그러자마자 그는 대뜸 엄마 어디 가셨냐고 묻더니 기다리다 그냥 갔다고 하면 아신다며 사라졌다고 한다. 분명 도둑이라는 얘기다. 서둘러 귀가했더니 아니나 다를까 장롱이며 서랍장이며 뒤지고 간 흔적이 역력했다. 그리고 신용카드를 보관하던 지갑이 감쪽같이 없어졌다. 그나마 몇 개 되지 않는 귀금속은 찾지 못한 모양이라 다행이었지만 놀란 가슴을 진정하고 신용카드를 정지 시키느라 한동안 부산을 떨었다. 추측컨대 오히려 주인이 불청객으로 나타나자 주인행세를 급히 마무리하느라 꼼꼼하게 뒤지지 못한 것 같다. 현관문에 걸린 우유주머니에 열쇠를 두고 다니지 말라고 그토록 말렸건만 아내는 훔쳐갈 거나 뭐 있냐며 여유만만이더니 결국 그런 사달이 났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심정으로 경찰에 신고하려는 아내와 설왕설래 하다 결국 큰 피해가 없다는 이유로 도난신고는 하지 않기로 했다.

그런데 그런 일이 있고 얼마되지않은 어느 날 큰 아들이 헐레벌떡 집으로 달려왔다. 집 앞 PC방에 갔는데 그 도둑이 옆에서 게임을 하고 있다는 거였다. 녀석은 빨리 경찰에 신고하면 잡을 수 있다며 다급하게 소리치고 있었다. 순간 겁이 많은 나는 여간 고민이 아니었다. 흥분한 아들을 달래며 어떻게 생겼냐며 물어보니 고등학생쯤 되어 보인다고 했다. 아직 학생인가본데 신고해서 붙잡혀 가면 교도소로 갈 테니 기왕의 도둑질도 성공하지 못한 거 한 번 봐주자고 했다. 대신 다시는 그 PC방에 가지 말라며 신신 당부했다. 그리고 나의 집 전세기간이 끝나자마자 다른 동네로 이사를 갔다. 사실은 도둑을 잡는 것보다 내 아이가 다칠까 더 두려웠다. 오다가다 마주치다보면 혹시라도 험한 꼴을 당할까 어서빨리 그 동네를 벗어나고 싶었다. 결론적으로 나는 범인을 잡을수 있었지만 피하는 방법을 택했다. 아버지로서 조금은 비겁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상관없었다. 잊어버린 것 없고 아이가 다치지 않은 것으로 만족했다. 

 그러나 그날 이후 세상을 바라보는 눈은 많이 바뀌었다. 이런 저런 흉찍한 소식으로 세상이 들썩일 때마다 안그래도 약한 가슴이 더 쪼그라들었다. 더불어 어른으로서 아이들에게 밤길 조심해라, 무서운 세상이다, 불경을 외우듯 내 울타리 지키기 바빴다. 아무려나 세상 모든 부모의 마음은 비슷하다는 생각이다. 그런데 도둑은 내 집에 든 그런 절도범들이 다인가. 나이가 들수록 이제 큰 욕심을 부리지 않으려 하지만 도처에 잘난 도둑들이 너무 많은 세상이다. 나나 가족은 물론이고 함께사는 이웃들은 그저 평온하길 바랄 뿐이거늘 도둑은 갈수록 늘어 이제는 나라곳간까지 바람 잘 날이 없다.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느라 쓰던 열정을 거리마다 온기 지피는데 골몰하는 위정자가 더 많아지면 얼마나 좋을까. 머지 않아 다시 지방선거다. 눈에 불을켜고 저마다 그런 지도자를 찾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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