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 다니는 미용실이 있다. 언제부터인가 난 이발소보다 미용실을 선호하고 있다. 특별히 머리에 신경을 써서는 아니다. 나이가 들수록 적어지기 시작하는 머리카락에 별 관심도 없다. 다만 갈수록 찾기 힘든 이발소보다는 눈에 잘 띄는 미용실이 편리했을 따름이다. 그런 단순한 이유에도 불구하고 다니다보면 단골 미용실이 생긴다. 사람은 습관의 동물이고 현재상태를 유지하려는 본능을 가져서 그런 듯하다. 확실하게 뛰어난 접근성이 생기거나 파격적인 비용의 차이가 날 때나 간헐적으로 변경이 가능할 뿐 대개는 다니던 미용실을 반복적으로 방문하게 된다.

오로지 미용실만 단골이 있는 게 아니다. 같은 미용실이라도 단골 미용사에게만 지속적으로 머리를 들이밀게 된다. 실습생의 마루타가 되기 싫다는 의도도 있으나 대부분 이 역시 습관이다. 처음 보는 미용사에게 머리를 깎은 후 모양새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감수해야할 상실감이 그저 귀찮다. 관성의 법칙 같은 것이 작용하는 일종의 고집인데 굳이 비유하자면 그냥 이대로가 좋다는, 어느 면에서는 변화를 두려워하는 수구보수정신과 비슷하다는 생각이다.

그러던 어느 날 내게 기회가 왔다. 드디어 나의 도전 정신을 자극하는 일이 생긴 것이다. 단골 미용사가 너무 바빠서 실습생에게 머리를 맡기던지 다음을 기약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나도 한 번 진보의식을 가져보기로 했다. 예약을 하고 오지 않은 죄를 감수하려던 속셈인데 정확하게 말하면 그냥 떡 본 김에 제사 지낸 거였다. 서당 개도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는데 아무리 실습생이라도 뭐 그까짓 남자머리 커트에 별일이 있겠나 싶었다. 누구라도 처음은 있는 것이고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세상에 없지 않은가. 선심 쓰듯 낯선 실습생에게 나의 머리를 기꺼이 제공하였다.

결과도 뭐 그럭저럭 괜찮았다. 초보에게 맡겨주어 고맙다는 표현이겠지만 여러모로 공들여서 깎은 티가 났다. 그래서 기왕에 맡긴 머리 돈 안 드는 인심이라도 왕창 쓰기로 했다.

“아이고 청출어람이라더니 주인보다 훨씬 잘 깎으십니다.”

입에 발린 소리였는데 순식간에 살짝 실망한 주인장의 표정과 감격에 가까운 실습생의 놀란 표정이 교차되었다. 그리고 그날부터 그 미용실의 내 전담 미용사가 그 실습생으로 전폭적으로 낙찰되었다. 그러려고 그런 말을 한 게 아닌데 주인장이 바빠서 이참에 떠미는 것인지, 섭섭한 마음의 표현인지 몰라도 그렇게 분위기를 몰고 갔다. 내심 후회가 되었지만 어쩔 수 없다. 오지랖으로 인한 부작용을 어쩌겠나.

그러나 세상만사는 늘 하나를 잃으면 다른 하나를 얻는다. 그날 이후 미용실에 가면 나의 머리가 약간 스마트하지 못한 대신 실습생이 VIP처럼 살갑게 맞아주는 장점이 생겼다. 스스로의 실력은 나날이 향상되었고 마치 내가 전문가 한 명을 키우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그 실습생은 멀지 않은 날에 자신만의 미용실을 차려 독립하였다. 칭찬이란 정말 가성비가 가장 뛰어난 것 같다. 누구라도 고래마냥 사람을 춤추게 한다. 

나이 한 살을 더 먹어 이제 해가 바뀌었다. 새술은 새부대에 담아야 어울리는 것. 앞으로는 가는 곳마다 대립하지 않고 넘치는 칭찬으로 청출어람이 속출하면 좋겠다. 마침 말의 해라고 하니 서로가 서로에게 말하는대로 술술 이루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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