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머리 고기라면 그냥 머릿고기지 무슨 부위가 따로 있을까 생각하면 오산이다. 돼지머리에서는 놀랍게도 볼살, 뒷머릿살, 턱살, 혀밑살, 콧살, 관자살 총 6개 부위가 생산되며 중량 역시 모두 합하면 한 마리당 2 근 정도 생산된다. 더불어 각 부위마다 식감이 확실히 달라 구분이 선명하다. 뒷머릿살은 목살과 이어진 부위로 쫀득한 맛이라 '꼬들살'로도 불리며 구이로 적합하다. 턱살은 목에서 생산되는 항정살과 이어진 부위로 지방 함량이 높아 구워 먹으면 좋고 삼겹살보다도 귀한 가격에 소비된다. 볼살은 단면이 꽃처럼 보여 '꽃살'로 불리며 담백하고 씹는 맛이 좋다. 관자살, 콧살, 혀밑살은 지방이 적어 깔끔한 맛이 특징이다. 요즘은 소비자들이 삼겹살 위주의 소비에서 벗어나 돼지의 다양한 부위를 즐기려는 추세라 점차 머릿고기의 인기가 높아지는 중이다.

그런데 도대체 왜 그렇게 복잡하게 같은 머리를 많은 부위로 세분해서 유통시킬까. 서양에서는 좀처럼 이해하기 어려운 풍경이다. 머리에만 6개 부위니 돼지 전체로 보면 수십 가지 부위로 나누어진다는 의미라 그저 신기할 따름이다. 아마도 전통적으로 자원이 부족한 우리 민족이 지정학적 영향을 받았다는 생각이다. 인구에 비해 자원이 부족했던 지역이라 늘 먹을 것이 귀하지 않았나. 예로부터 돼지를 도축하면 단 한 가지도 버리지 않고 알차게 먹었던 것 같다. 내장류는 물론이고 뼈, 피, 껍질 부분까지 털을 제외한 거의 모든 부위를 먹는 식습관을 가졌다고 보면 된다. 그런 식습관이 오랜 세월을 거치며 사람들의 미각을 더욱 발달시켜 우리만의 독특한 입맛을 갖게 되었다고 본다.

그리고 그런 습성은 우리나라 도축 및 육가공업의 기계화를 가로막는 결정적인 장애가 되었다. 고기 부위에 따라 가격 차이가 많게는 열 배까지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숙련공의 손기술을 배제하고 기계에 맡길시 부위간 세밀한 분류가 아직까지는 어려운 게 현실이다. 내장을 비롯해 시장성이 떨어지는 부위를 폐기하고 생산공정을 단순화시킨 선진국에 비해 자연스럽게 고기의 가격경쟁력이 차이나는 이유다. 핑계 없는 무덤이 있을 리 없다. 비싸면 비싼 이유가 있는 법. 아무려나 신토불이 아닌가. 미국 사람은 미국 고기를 먹어야 하고 한국 사람은 좀 비싸더라도 한국 고기를 먹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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