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친구들과 양양 여행을 떠나기 전날 보슬비가 하루 종일 내렸다. 그래도 다음날은 맑아진다는 예보에 큰 걱정은 안했다.

우리의 여행을 축복이라도 하는듯 비온 뒤 연록색의 이파리들이 바람개비가 돌아가는 것처럼 반짝반짝 싱그럽다. 매년 미세먼지로 신경이 쓰였는데 이번에는 마음까지 맑다.

각지에서 오는 친구들과 KTX 강릉역에서 합류했다.

이번부터 관광은 하루에 한 곳씩, 오로지 친구들과 함께 휴양을 목적으로 정한 여행이다.

양양 솔비치 리조트에서 해돋이를 볼 수 있는 오션뷰에 객실을 예약했다.

어릴 적 친구들과는 코로나로 비대면했던 3년을 제외한  20년 훨씬 넘는 세월 동안 정기적으로 봄, 가을, 때론 번개로 만났다. 

지도를 펼쳐놓고 보니 우리나라 절경을 구석구석 많이도 다녔다.

강원도 일대도 거의 몇 번씩 온 곳이지만 세월이 흐른 뒤에 다시 오니 새롭다.

체크인하고 숙소와 가까운 양양의 10경 중 하나인 하조대로 간다.

감성으로 똘똘 뭉친 친구들과 함께 라서 봤던 곳도 새로운 시선과 감탄으로 아름답게 보이는 게 좋다. 데크 길을 따라 올라간다. 기암괴석 위로 파도의 포말과 대비되는 수평선을 바라보니 어떤 유명한 화가의 솜씨보다 더 잘 그려진 그림이다. 

일상에서의 피로와 마음의 찌꺼기들이 다 날아가는 것 같아 속이 시원하다.

짝꿍 친구가 추천하는 횟집을 가니 싱싱하고 여러가지 음식이 서비스로 나온다.

흡족한 이른 저녁을 먹고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만난 노란 유채꽃 밭의 전경이 장관이다.

둘째 날은 전국 사이트 카페에서 온라인으로 알게 된 코코양양 사장님이 운영하시는 빵집으로 갔다.

첫 만남에 중후한 인품의 사장님이 반갑게 우리를 맞아 주신다.

간단한 조식으로 사장님이 직접 몇 가지 빵을  접시 담아 오신다.

다양한 현미 쌀 빵은 어디에나 먹을 수 있지만 제과 기능장님의 특별한 솜씨의 건강한 맛은 우리 입맛을 당기게 한다. 아메리카노와 한방차는 공짜다.

사장님이 여자인 줄 알고 따라나선 내 친구들이 남자라 놀란다.

"남자인데 니 남편한테 괜찮나?" 하고 묻는다."안 괜찮을 게 뭐 있나?"하고 웃었다.

잠깐이지만 아침인데도 손님들로 북적인다.가성비 좋고, 전국 어디에도 맛볼 수 없는 건강한 맛이라 친구들이 택배로 주문하고 현장에서도 구입했다.

친구들이 맛있다니 기분이 좋았다.

친절하고 따뜻한 사장님의 배웅을 받으며 그곳을 나왔다.

설악산 권금성은 오래 전에 몇 번 왔던 곳이다.

케이블카를 타니 눈 깜짝 할 사이에 해발 700m 고지를 올라간다. 기암괴석과 연초록의 이파리, 간간히 보이는 꽃들은 신의 한수다. 

울산바위와 신흥사 절도 한 눈에 들어온다. 케이블카에서 내려 돌계단과 데크 길을 따라 권금성을 향해 올라간다.장엄한 바위와 나무들, 파란 하늘의 조화에 탄성이 절로 난다.

비경을 감상하며 넋이 나가는데 바람은 날려 갈 만큼 무지막지하게 불어댄다. 

낭떠러지로 떨어질  것 같아 무서워서 내려온다.

훗날 우리가 여기를 다시 와 볼 수 있을까? 어쩌면 이 비경을 보는 것이 마지막이 될 수도 있겠구나 하는 마음으로 욕심껏 눈에 담았다.

이번 여행은 해안도로를 따라 달리다가 바닷가 카페가 있으면 차 한잔씩 마시고 바다를 원없이 바라봤다. 마지막 날은 강릉역에서 기차를 타기위해 가는 길목 송림이 우거진 경포대 해수욕장에 돗자리를 펴놓았다. 멍 때리며 끝없는 수평선을 바라보니 너무나 평온하고 아름답다. 이 순간이 우리들 가슴속에 아름다운 기억으로 영원히 머물러 있을 것 같다.

숙소에서 편안하게 해돋이를 보려 했지만, 마지막 날까지 해무로 해돋이를 보지 못한 게 아쉽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은 아닌 것 같다"고 운전하는 친구가 말한다.

맛집 찾느라 진을 다 뺀 이번 여행, 80세가 코앞인 우리 나이에 언제까지나 운전하며 다닐 수 있을까?다음 번개는 6월에 원주에서 미식 여행을 하기로 했다.

그 지역에 대표 음식은 아니지만 지난번 여행 때 간장게장과 막국수가 너무 맛이 있어서 다시 가자고 했다.

운전을 하는 친구는 김천에서 오기 때문에 몇 시간 동안 핸들을 잡아야 한다.

단양에 사는 나는 어디를 가나 열차를 갈아타야 한다. 역마다 한 두 시간을 기다려야하니 진이 빠진다.

그러나 어릴 적 친구들과 여행이라 고진감래 (苦盡甘來)와 기다림의 미학을 배운다.

6월 원주 미식 여행은 우리 모두에게 최적의 교통 조건이다.

그동안 어릴 적 친구들과의 여행은 삶의 역사로 길이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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