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빨리 벚꽃이 피기를

손꼽았던 엄마는

눈부시게 새하얀 꽃들이

온 하늘을 덮었는데도

한 순간도 고개 들어

바라볼 틈이 없었다.

조심, 또 조심

아빠 발끝만 지켜보며 걷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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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몸은 여러 곳에 한꺼번에 이상이 생기면 제일 아픈 곳만 고통을 느낀다고 한다. 온 신경이 가장 아픈 곳을 괴롭혀 다음의 고통을 미처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 곳의 상처가 아문 다음에야 비로소 그 다음 아팠던 곳에 통증을 느끼기 시작하는 거다. 그런데 사람의 마음도 몸과 다르지 않다. 마음 역시 제일 아픈 기억이 계속 떠올라 종일 소처럼 되새기게 된다. 더 절실하고, 더 크게 느껴지는 부분에 가려 다른 많은 일상의 불편함이나 괴로움은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흘러가게 된다.

아빠 병원 가던 날 엄마의 마음속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목의 가시는 아빠였다. 자신의 몸도 여기저기 아플뿐더러 떨어져 나간 자식 걱정으로 하루해가 짧은 삶이지만 아빠의 병이 생긴 이후로는 그저 생각도 잘 안 나는 하찮은 잡생각처럼 되어 버렸다. 이제 겨우 살만하다고 느끼고 있거늘 도대체 왜 그런 몹쓸 병이 아빠에게 왔을까. 평생을 좋아했던 매화꽃이라고 더 이상 엄마 눈에 들어올 리 없다. 아빠가 넘어지면 어쩌나. 한 걸음씩, 또 한 걸음씩 뚫어져라 땅을 보며 병원으로 가는 엄마 세상은 종일 그저 새하얄 따름이다. 매화꽃이 만발해서가 아니라 뿌옇게 시야를 가린 진한 눈물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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