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추석은 유례없이 긴 연휴였다. 많은 이들이 해외로 떠났지만, 우리 펜션은 연휴 내내 빈방 하나 없이 꽉 들어찼다.

추석 아침, 손님들에게 명절의 정을 나누고 싶어 송편과 절편, 해물전 몇 가지, 그리고 손수 끓인 식혜를 쟁반에 담아 방마다 조심스레 내어드렸다.
우리 펜션을 찾아준 분들께 이 작은 음식을 통해서라도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

연휴 내내 이어진 비는 창을 쉴 새 없이 두드렸고, 마음도 어느새 눅눅해졌지만 손님들의 “잘 먹었습니다”라는 인사 한마디, 웃음 어린 표정 하나하나가 속 깊은 햇살처럼 스며들었다.

명절. 손님 맞이에 분주한 와중에도 자식들 식사까지 챙기느라, 부모들은 여전히 ‘쉼’보다는 ‘일’에 가까운게 현실이다.

그런 우리를 배려해 자식들은 이번 명절을 시댁에서 보내고, 추석 다음 날 우리 집에 모이기로 했다. 조금 늦은 모임이었지만, 그 마음만으로도 이미 가슴 한켠이 따뜻해졌다.

마침내 큰사위 부부와 손자, 막내딸 부부와 500일 된 손녀가 도착했다. 오랜만에 집 안이 웃음소리로 가득 찼다.
저녁은 한우 바비큐와 가을 전어구이로 풍성하게 차리고, 가족 모두가 둘러앉았다.

식사 후에는 남녀 팀으로 나뉘어 윷놀이가 시작됐다. 카페에서 마실 찻값으로 지는 팀이 판마다 2만 원씩 내기로 했는데, 유난히 운이 좋았던 사위들 덕에 여자 팀은 연거푸 네 판을 지고 8만 원을 잃었다.
“야속하다”는 딸들의 투정에 모두가 웃었고, 그 웃음은 밤이 깊도록 멈추지 않았다.

이튿날 아침, 며칠 만에 파란 가을 하늘이 열렸다. 남자들은 잠시 외출해 운동을 즐기러 나갔고, 여자들은 손녀를 데리고 오랜만에 카페 나들이를 계획했다.

손님 체크아웃을 마친 뒤 객실 정리를 끝내니 어느새 오후 세 시. 남자팀은 여전히 돌아오지 않았고, 그 즈음 도착한 건 맛있는 점심을 즐기는 영상이었다.
외출복을 입고 설레며 기다리던 손녀는 결국 엄마 품에서 잠들었다.

조금은 허탈했지만, 바쁜 일상 속에서 모처럼의 여유를 누리는 모습이 밉지만은 않았다.
네 시 무렵, 남편과 사위들이 돌아왔고 우리는 단양의 산 카페로 향했다.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핫플레이스’답게 대기 번호는 100번을 훌쩍 넘겼지만, 기다림조차 즐거웠다.

해발 600미터 고지에서 바라본 가을 하늘과 붉게 물든 노을, 그리고 1분 간격으로 이륙하는 패러글라이딩은 마치 한 편의 영화 같았다.
그곳에서 보낸 짧은 시간은 연휴 내내 쌓인 피로를 말끔히 씻어주었다.

저녁에는 맏사위가 직접 준비해 온 재료로 음식을 만들어 가족들에게 대접했다.
다시 둘러앉은 식탁 위에는 음식보다 더 따뜻한 웃음과 이야기들이 피어올랐다.
비록 하루 늦은 추석 모임이었지만, 그 어느 해보다도 따뜻하고 행복했다.

연휴란 ‘쉼’만이 아니라 ‘곁’을 느끼는 시간이기도 하다.
바쁜 일상 속에서 미처 다 나누지 못했던 마음들을 다시 엮는 시간,
그 짧은 순간들이 긴 여운으로 남아 한 해를 견디는 힘이 되어준다.

그래서 우리는, 또다시 명절을 기다린다.

 

 

저작권자 © 제천단양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