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추석을 앞두고 포장이 근사한 한우 선물 세트가 도착했다.
뜻밖에도 선물을 보낸 이는 막내딸 고등학생 시절 문예부 친구였다.

강산이 몇 번 바뀌었을 세월이 흘렀지만, 그 시절 나에게 받았던 고마움이 남아 있었다며 선물을 보냈다.

라면을 자주 먹지 않게 된 건 건강을 생각하면서부터다.
그러나 딸 아이 고등학교 시절, 라면이야말로 ‘특식’이었다.
우리 집은 부재료 없이 라면만 끓여 먹는 일이 많았다.

어느 날 막내딸이 말했다.
“그 친구는 라면에 계란이랑 파를 꼭 넣어 먹는대요.”
그 말을 들은 뒤부터 그 친구가 집에 오면 계란을 톡 깨고 파를 송송 썰어 라면을 끓여주었다.
계란이 떨어지면 사러 나갔고, 파가 없으면 굳이 장을 봤다.
그 아이를 위한 라면 한 그릇은 우리 가족에게 작은 정성과 따뜻한 환대의 표현이었다.

남편은 그 아이에게 애정 어린 별명을 붙여줬다.
‘계란 톡, 파 송송.’
하얀 얼굴, 통통한 볼살, 웃으면 눈까지 접히는 귀여운 아이.
그 친구는 우리 집을 참 편하게 여겼다.
가끔 자고 가기도 했고, 학교가 바로 옆이라 도시락을 챙겨준 날도 있었다.
빈 도시락을 들고 왔다가 또 자고 가던, 지금 생각하면 웃음 나는 이야기.
그런 소소한 순간들이 돌아보면 서로에게 큰 위로였고, 서툴지만 다정했던 사랑의 한 형태였다.

고등학교 졸업 후엔 자연스레 멀어졌다.
이따금 딸을 통해 듣는 소식이 전부였다.
대학을 졸업하고 다시 교대에 진학해 지금은 교단에 선 선생님이 되었다는 이야기.
그렇게 가끔 소식을 들을 때마다 반가웠는데, 오랜 기억을 잊지 않고 깜짝 선물을 보내준 그 마음이 참 따뜻하고 귀하게 느껴졌다.

세월이 흘러도 누군가를 떠올리고, 마음속 따뜻함을 다시 꺼내어 전할 줄 아는 사람.
그 마음이 무엇보다 값지다.
그래서 그 아이의 마음이 참 고맙다.

별거 아니었던 그 라면 한 그릇이
이렇게 오래도록 마음을 잇는 온기가 될 줄 누가 알았을까.

언젠가 시간이 괜찮을 때 다시 우리 집에 들른다면, 예전처럼 계란 톡, 파 송송 넣은 따뜻한 라면 한 그릇을 정성껏 끓여주고 싶다.
그 시절을 기억하는 마음, 여전히 아끼는 마음으로.

나는 오늘도 마음속으로 그 아이를 응원한다.
계란 톡, 파 송송.
그 시절, 참 예쁘고 따뜻했던 이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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