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고 마감하는 날
글을 쓰고 마감하는 날이 있다는 것은, 평범하게 보이던 사계절의 변화조차도 다르게 보이게 했다. 꽃잎 하나, 풀잎 하나에도 내 평범한 일상이 특별한 존재 이유가 되어 글로 탄생한다. 글을 마감하는 날이 있다는 것은 내게 소소한 기쁨이자 행복이다.
처음 <제천단양뉴스>에서 2주에 한 번씩, 평범한 일상을 소재로 글을 연재해 달라는 제안이 왔다. 하지만 당시 나는 일정한 마감일이라는 개념이 없었다. 오히려 2주라는 기간이 너무 길게 느껴졌다. 그래서 정해진 주기를 지키지 않고, 내가 쓰고 싶을 때 썼다. 5일이든, 1주일이든, 열흘이든... 내가 글을 보내는 날이 곧 마감 날이었다.
그때 대표님께서 얼마나 당황스러우셨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문적인 글보다 진심을 담은 일상 이야기에 독자들의 반응이 더 좋았다고 하시며, 시도 때도 없이 보내는 글을 매번 게재해 주셨다.
마감을 지키기 시작한 날
세월이 흐르며 새로운 작가님들도 몇 분 오셨고, 다양한 뉴스거리도 많아졌다. 2년이 지난 어느 날, 2주에 한 번씩 보내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작가들의 글이 요일별로 배정되어 나가고 있었고, 게재 하루 전날 글을 보내면 수정 후 신문에 실린다는 시스템을 이해하게 되었다.
그동안 병원에 입원 중일 때도, 친구들과 여행 중일 때도 나는 마감 날을 지켰다. 스스로와의 약속을 지킨다는 것이 이렇게 뿌듯할 줄 몰랐다.
대표님은 늘 새벽 산책을 즐긴다고 들었다. 대단한 지구력을 지녔다고 생각한다. 내가 새벽 시간 글을 보내면, 벤치에 잠시 앉아 내 글을 읽는다는 답이 온다.
오랜 직장 생활을 해 온 남편을 보며 사회생활 속 술자리는 피할 수 없는 일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회식이나 접대, 동료들과의 뒤풀이, 상사와의 술자리... 때로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술 한 잔을 해야 하는 상황들이 있다.
대표님 역시 언론인으로서, 그리고 지역사회 인사로서 다양한 모임과 술자리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변함없이 새벽 산책 중 내 글을 읽어준다니, 프로 정신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하루의 시작인 새벽에 글을 보낸다. 맑은 정신으로 내 글을 읽어주시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이다. 전날 어떤 일이 있었든, 새벽 산책길에서 만나는 내 글이 상쾌한 시작이 되었으면 하는 작은 배려이기도 하다.
오미자 같은 인생 이야기
글을 쓸 때마다 느끼는 건, 내 인생 여정이 그리 만만한 시간들만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인생은 오미자처럼 단맛, 신맛, 쓴맛, 짠맛, 매운맛이 모두 섞여 있다는 비유가 딱 맞는 것 같다. 생각해 보면, 누구나 파란만장한 인생 여정을 거치며 성숙한 삶을 살아간다.
스펙이라고는 평범한 가정주부일 뿐이고 등단한 작가도 아닌 내가 <제천단양뉴스>에 연재를 시작한 것은, 지금 생각해도 참 용감한 선택이었다. 그리고 마감일을 한 번도 어기지 않고 스스로와의 약속을 지켜 온 것도 마치 큰 성공을 이룬 것처럼 기분이 좋다.
평범한 일상 속에서 글감을 찾는 일, 언제 힘들어질지는 나도 모른다. 하지만 내 희로애락이 담긴 인생 이야기가 독자들에게 조금이나마 재미를 주고, 살아가는데 에너지가 되었으면 한다.
지난달로 연재 4년을 맞았다. 아직 부족하지만 <제천단양뉴스> 필진으로서 언제까지나 활동할 수 있기를 소망해 본다. 글을 쓰고 마감하는 날이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내 삶은 충분히 의미 있고 특별하다. 나를 칭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