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은 소통의 중요한 도구다. 그러나 한마디 잘못 내뱉으면 되돌릴 수 없는 불행을 불러온다. 사람이 하루에 몇 마디의 말을 해야 하는지 기준은 없다. 하지만 연구에 따르면 여자가 남자보다 말을 훨씬 많이 한다고 한다. 말을 하지 않으면 스트레스가 쌓인다. 우울증이나 치매 위험도 커진다. 그래서 사람들은 말을 많이 하게 되고 때로는 불필요한 말도 나온다.
나 역시 좋은 말만 하는 사람은 아니다. 며칠 전 운동을 하러 갔다가 참 황당한 일을 겪었다. 늘 세안용 머리띠를 하고 오는 회원이 있다. 솔직히 예쁘게 보이지는 않았다. 어느 날 야간반 회장님이 그 회원에게 물었다. “머리띠는 왜 하고 오나?” 회원은 대답했다. “머리가 내려와서요.” 그리고는 자리에 앉았다. 내 옆자리라서 나를 보며 다시 물었다. “머리띠가 그렇게 보기 싫어?” 순간 나는 별 생각 없이 “응” 하고 대답했다. 그런데 그 한마디가 화근이 되었다. 머리띠가 아니라 자기 자신이 보기 싫다는 뜻으로 곡해한 것이다.
화가 난 회원이 운동 가방을 챙겨 나가려 했다. 회장님이 그를 붙잡았다. 실랑이 끝에 80세가 넘은 회장님이 넘어지고 말았다. 평소 정이 많아 회원들을 살뜰히 챙기던 분이었다. 그래서 더 마음이 아팠다. 운동을 10년 넘게 다녔지만 이런 일은 처음이었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러나 다음 날 회장님은 걷지 못할 정도로 상태가 심각했다. 여러 병원을 다니며 MRI까지 찍었다. 뼈에는 이상이 없었다. 그러나 신경이 손상된 듯 보행이 어려웠다. 단양에서 제천으로, 다시 서울과 원주로 진료를 이어갔다. 회사 오너인 아들도 일정을 미루고 병원을 오르내렸다. 가정 전체가 순식간에 마비된 셈이었다.
퇴원 후 자택을 찾았다. 회장님은 보행기에 의지하고 있었다. 한쪽 발은 움직였지만 다른 발은 힘이 없었다. 그 모습을 보니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응’ 한마디가 이렇게 무서운 결과를 가져올 줄 몰랐다. 그때 “괜찮아요”라고만 했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솔직한 말만 하는 성격이었다.
순간의 말실수로 회장님이 한 달 가까이 고생하시니 죄송한 마음뿐이다. 이번 일을 통해 말이 얼마나 무서운지 뼈저리게 느꼈다. 와전은 더욱 두렵다.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말처럼 한마디가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면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그리고 상대에게 깊은 상처를 남긴다.
말은 신중해야 한다. 그러나 좋은 말은 할수록 힘이 된다. 부부 사이도 마찬가지다. 마음속 사랑을 표현하지 않으면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도 알 수 없다. 침묵보다 따뜻한 말 한마디가 삶의 에너지가 된다. 행복의 씨앗이 되기도 한다. 친구들과 여행할 때도 감탄을 나누는 말은 행복 바이러스가 된다. 모두의 기분을 좋게 한다.
말은 그 사람의 인격을 드러낸다. 삶의 방향을 바꾸기도 한다. 잘못된 말은 비수가 된다. 가족도 갈라놓고 절친한 친구도 멀어지게 한다. 부부싸움도 결국 말 한마디에서 시작된다. 말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입 안에 있을 때는 내가 주인이다. 입 밖으로 나오면 오히려 내가 말의 노예가 된다. 그래서 “말은 한 번 나오면 주워 담을 수 없다”는 말이 있는 것이다.
따뜻한 말은 희망과 용기를 준다. 무심한 말은 상처를 남긴다. 좋은 말은 향기를 퍼뜨린다. 힘든 순간 위로가 된다. 그래서 말 한마디 할 때도 3초는 생각하라는 말이 있다. 인생의 지혜는 경청에서 나온다. 그러나 후회는 대부분 말에서 비롯된다.
그렇다고 침묵만이 능사가 아니다. 사랑과 위로가 담긴 말은 할수록 상대를 행복하게 한다. 이번에 무심코 던진 한마디의 파장으로 큰 교훈을 얻었다. 회장님의 빠른 쾌유를 기원한다. 앞으로는 말의 품격을 지키고 신중히 쓰고자 한다. 말은 팔색조와 같다. 누구에게 상처가 될 수도, 또는 희망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