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뇨병과 함께하는 삶 - 공포에서 감사로

"암보다 무섭다"는 말을 듣는 당뇨병. 평생 약을 챙겨 먹으며 음식을 가려야 하고, 운동을 해도 합병증의 그림자가 따라다닌다. 먹는 즐거움조차 포기해야 하는 현실이 가장 고통스럽다. 18년 전, 나는 아버지로부터 이 질병을 유산으로 물려받았다.

아버지도, 언니도 당뇨 합병증으로 세상을 떠났다. 언제나 시한폭탄을 안고 사는 기분이었다. 10년 전 친구의 언니가 당뇨병으로 발가락이 괴사되어 결국 허벅지까지 절단하고 비참하게 돌아가신 일을 목격했다. 그 친구는 나를 만날 때마다 "정신 차리고 당뇨 관리를 잘하라"고 당부했다.

TV에서 당뇨 합병증 사례가 나올 때마다 공포에 떨었다. 작은 물집이 괴사로 이어져 발가락을 절단하는 끔찍한 장면들이 악몽처럼 다가왔다.

# 공포의 시작

어느 여름날, 내 발가락에 물집이 생겼다. 대수롭지 않은 물집이지만 괴사의 공포가 엄습했다. 몇 차례 병원을 다니며 치료했지만 완치되지 않고 재발했다. 공포가 증폭되어 서울의 당뇨발 전문 개인병원을 찾았다. 의사는 수술비가 200만 원 정도 든다고 했다. 보험적용도 안 된다고 했다.

고민 끝에 대학병원 교수를 찾아갔다. "관리를 못 하면 괴사될 수도 있지만 아직 그 정도는 아니니 너무 걱정하지 말고 치료하면 괜찮을 것"이라는 교수의 한 마디가 천군만마 같았다. 그 후 꼼꼼히 치료해 완치되었다.

당뇨병이라고 무조건 합병증이 온다는 공포는 무지에서 오는 것이었다. 당화혈색소 검사로 혈당수치를 알았더라면 그런 수고는 하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다.

# 무지에서 오는 불안

당화혈색소 검사가 3개월마다 필요하다는 것도 모르던 시절의 일이다. 저혈당이 와서 기진맥진하며 침대에 누워 있으니, 남편이 큰일 났다며 서울대병원에 예약을 잡고 갔다. 교수는 웃으며 말했다. "이 정도 혈당수치로 여기 오시면 안 됩니다. 근처 병원에서 상담받으세요."

아까운 시간과 비용이었지만 췌장과 심장질환 검사를 받아 모두 정상이라는 답을 들었으니 헛고생은 아니었다. 당화혈색소 수치도 모르고 살던 옛날 이야기다.

그 후 원장님께 정기적으로 당화혈색소 검사를 받기 시작했다. 수치를 알고부터는 합병증 위험 수위가 되면 식이요법과 운동으로 혈당을 조절했다.

# 첫 번째 위기

작년 겨울, 난로에 구운 고구마를 맛있다고 먹고, 우리 집 감나무 홍시도 달달하다고 먹었다. 겨울이라 활동량도 적고 운동도 안 하다 보니 처음으로 당뇨합병증 위험 수위를 훨씬 넘는 혈당수치가 나왔다.

원장님은 약을 늘리자고 했지만, 나는 약 늘리는 게 싫어서 "제가 관리를 잘 할 테니 약은 그대로 처방해 달라"고 했다. 원장님은 "약을 조금 늘리면 먹고 싶은 음식을 조금 먹으며 사는 게 좋을 텐데 이해가 안 간다"고 하셨다.

남편은 "의사보다 당뇨에 대해 아는 척하지 말고 원장님 말씀대로 하라"고 했다. 결국 약 반 알을 추가했다.

# 진상 환자가 된 나

요즘은 유튜브를 통해 당뇨에 대한 지식이 누구나 의학박사 수준이다. 혈당이 높으면 나름대로 조절한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나는 의사들이 제일 싫어하는 진상 환자가 되었다. 혈당수치가 낮아지면 약도 줄여달라고 요청했다.

원장님은 "제가 의사할 테니 환자 하세요. 제가 하라는 대로 하세요"라고 하신 적도 있다. 남편의 면박으로 이제는 원장님 지시에 고분고분 따르려고 노력한다.

# 나만의 관리법

식단은 야채 위주로 짠다. 물론 3대 영양소를 고루 챙겨 먹어야 한다. 가장 좋아하는 떡이나 빵이 먹고 싶으면 탄수화물을 중화시키기 위해 소량을 상추에 싸서 먹는다. 과식은 금물이다.

삼시 세끼 먹는 음식 중 어떤 종류가 혈당을 많이 올리는지 체크한다. 소식과 일정한 식사 시간을 지킨다. 먹는 순서도 중요해서 야채부터 먹는다. 야식은 절대 자제한다.

예전에는 자는 시간을 빼고는 무엇이라도 먹는 즐거움으로 살았다. 절제 없이 먹어 비만이었지만 지금은 항상 표준 체중을 유지한다. 처음에는 맛있는 것을 자제하는 게 힘들고 삶의 비애를 느꼈다. 적응하는 시간을 견디다 보니 어느 시점에서는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이 생겼다.

# 변화된 삶

이번에도 피나는 노력으로 혈당수치를 많이 떨어뜨렸다. 공기 좋고 수목원 같은 시골에서 살아서 그런가? 서울 살 때보다 혈당수치 외에는 모든 대사 기능이 정상 수치보다 좋다.

노력의 결과가 좋을 때는 성취감으로 기분도 좋고 '유병장수(有病長壽)'라는 말을 실감한다. 만병의 근원인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긍정적으로 즐거운 마음으로 산다. 만성질환이 있으니 한 가지 병으로 내 건강을 체크하고 더 신경을 쓴다.

의학이 고도로 발달해 당뇨병도 잘만 관리하면 건강한 사람처럼 살 수 있는 세상이다. 이제는 당뇨합병증 공포가 아닌 당뇨병과 친구하며 즐거운 날들을 보낸다.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모든 것은 마음먹기 달렸다. 당뇨병도 나의 건강에 신경 쓰며 살라는 축복이라고 생각하니 모든 것이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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