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시대 이전의 우리나라 지도는 지역적인 구분이 제대로 없었다. 지금은 특별시에 광역시까지 행정구역이 많이 복잡해졌지만 그 당시는 8도의 구분조차 없었던 시기라 그 개념이 아주 광범위 했다. 이를테면 대관령의 동쪽은 '관'자를 따서 '관동지방'이라거나 '영'자를 따서 '영동지방'이라 했고 서쪽은 '관서지방' 아니면 '영서지방' 이라 불렀다. 또 조령의 '령'자를 따서 그 남쪽은 '영남지방'이라 부르고 금강호의 '호'자를 따서 그 서쪽은 '호서지방' 남쪽은 '호남지방'같은 식이었다. 그러다 보니 그 구분이 중복되거나 지역의 명칭이 아예 없는 등 모호한 부분이 많았다.
그래서 조선시대에 들어서 온 나라를 8개 도로 나누게 되는데, 이때 나누는 기준은 지역적으로 가장 큰 도시였다. 이를테면 '충주'와 '청주'가 있는 도는 '충청도'요, '경주'와 '상주'가 있는 도는 '경상도'였다. 또한 '전주'와 '나주'가 있는 도는 '전라도'요, '강릉'과 '원주'가 있는 도는 '강원도'였다. 그 이유는 그들 도시가 당시에는 가장 발전한 마을이라 각자 지역을 상징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일제강점기 이후 경제개발이 절실했던 시기에 정부가 나서 경부선과 호남선 철도를 건설하고 경부고속도로와 호남고속도로를 만들면서 전국적인 도시의 흥망에 일대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이들 교통수단의 발전에 힘입어 '광주, 대구, 대전, 천안' 같은 신흥도시가 급격히 빠른 속도로 발전하였으며 조선시대 당시 한 지역을 대표했던 '나주, 충주, 상주' 같은 도시는 고속도로 등 신흥 교통수단의 혜택을 받지 못하자 더 이상의 발전은커녕 오히려 퇴화하게 된 것이다.
요즘은 지금까지의 교통수단을 뛰어넘어 고속철도가 새롭게 추가되었고 대운하의 건설까지 거론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대운하는 취소되었지만 어쨌거나 새로운 교통수단이 개발되면 그 역이 어느 지역에 자리 잡느냐에 따라서 지역적인 희비가 다시 재편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의 고향인 충북 청원군에도 몇 해 전 고속전철역인 오송역이 건축되면서 역 일대가 상전벽해(桑田碧海)를 이루었다. 경제적인 타당성보다는 정치적인 이유로 건설되었다는 말도 있지만 아무려면 어떤가. 생길 도시는 생기고 없어질 도시는 없어지기 마련인 것을.
다만 한 가지 안타까운 것은 이런 국가적인 대 공역에 너무 대립이 심하다는 것이다. 찬성하는 사람도 많고 반대하는 사람도 많아 문제다. 역사라는 것은 옳고 그름을 떠나 결국 순환하는 것이고 끝없이 나아가는 것이니 언젠가는 시시비비가 가려지겠지만 소통의 부족으로 인해 행여 국가적인 기회손실이 따를까 걱정이다. 어떤 사람의 목소리가 크냐에 따라 우선순위는 바뀌겠지만 결국 생겨야할 역은 아무리 반대해도 생길 것이고 생기지 말아야 할 역이라면 언젠가는 다시 사라지고 말리라. 세월의 흐름을 따라 끊임없이 생겼다 없어지는 역의 순환처럼 우리들 인생 역시 계속해서 좋아졌다 나빠지기를 반복하면서 대자연의 이치에 따라 계속해서 순환하는 것이 아닐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