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월 상동의 풍경은 한바탕 잔치가 끝난 마을처럼 썰렁했다. 굳이 폐광해버린 광산도시라는 설명을 하지 않더라도 태풍이 지나가고 남긴 고요처럼 그저 조용했고 더없이 한산했다. 아니 쓸쓸했다. 옛 상동시장이라는 이름으로 거리를 재단장해 관광객들을 기다리는 모양이지만 사람 없는 시장 중앙로는 부는 바람마저 곤궁함이 느껴졌다. 그렇더라도 나의 마음은 살짝 들떠 있었다. 그곳에는 수타면으로 제법 이름이 난 중국집이 있기 때문이다. 소문을 듣고 일종의 맛 기행을 온 것인데 얼마 전 인터넷을 검색으로 찜해놓은 가게다.

그런데 그곳에는 중국집이 없었다. 차를 타고 5분이면 도는 마을이었지만 눈을 씻고 찾아봐도 중국집은커녕 국수집도 없었다. 반복적으로 인터넷 검색과 네이게이션 검색을 해봤지만 목적지에 도착하면 계속 슈퍼마켓이 나왔다. 별 수 없이 샌드위치와 빵으로 요기라도 할 겸 슈퍼 문을 밀치고 들어갔다. 입구에는 할머니 한 분이 자리를 지키고 계셨다.

“짜장면 맛 집을 찾아왔는데…. 이사 갔나요?”

“......”

“할머니! 혹시 근처에 짜장면 집이 있다는데 어디로 가야 해요?”

두 번이나 여쭈어 보았지만 할머니가 대답을 않는다. 분명 귀가 어두우시거나 딴 생각에 빠졌나보다. 얼마 되지 않는 금액을 신용카드로 계산하고 돌아 나오는데 혼잣말로 푸념하는 할머니 목소리가 발길을 멈추게 했다.

“우리 집 양반과 내가 같이 했는데 지난봄에 혼자 먼 길 떠났어.”

“...”

“수타면을 뽑는 기술은 영감만이 할 수 있었거든.”

할머니는 기계로 면을 뽑았다고 했다. 그럴 때마다 제 맛이 나지 않아서 단골손님이 하나, 둘 떨어져나갔다고 한다. 이따금씩 인터넷 검색으로 찾아온 손님들도 소문과 맛이 다르다며 불평 했다는 것이다. 그때마다 면을 뽑으며 자꾸 할배 생각이 나서 더는 운영하기 싫어지더라는 것이다. 그래도 이 자리는 꼭 지키고 싶어서 슈퍼로 바꿔 운영하셨던 거다.

“이렇게 찾아왔는데 미안해서 어떻하지?”

“이렇게 찾아와서 저희가 죄송해요.”

눈물이 그렁그렁한 얼굴로 미안해하는 할머니에게 오히려 더 미안해졌다. 이렇게 불쑥 찾아와서 죄송하다고 연신 머리를 조아렸지만 할머니는 손사래를 치며 고맙다고 했다. 할배 생각나게 해줘서 고맙다는 것이다. 생각나게 해드려 죄송한 손님과 생각나게 해줘서 고맙다는 주인의 대화가 반복해서 여러 번 오가고 있었다.

어쩌면 삶에서 세월이란 찬장 속에 꿀단지 같다는 생각이다. 젊은 날에는 맛나서 아낌없이 퍼먹다보면 어느 날에는 결국 빈 단지만 남게 된다. 그리고 빈 단지임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더 이상 혼자 힘으로 꿀을 모을 힘이 남아있지 않게 된다. 누군가 대신 채워주려는 미풍양속도 있지만 바라지 않는 미덕이 아직은 더 강하다. 내 눈에는 지금 내 앞의 할머니 모습이 하염없이 빈 꿀단지를 바라보며 더 이상 꿀을 좋아하지 않는 것 마냥 애쓰는 것처럼 보였다. 매일 지극히 당연했을 꿀이었더라도 바닥을 보인 지금은 둘도 없는 소중함으로 애절하게 느껴지리라. 거울처럼 수시로 마주했던 할아버지 얼굴이 지금 할머니 가슴에는 얼마나 간절할까.

미안한 마음에 과자봉지를 여러 개 더 챙겼다. 짜장면값 만큼이라도 사지 않으면 불편할 것 같아서다. 계산을 마치고 나오는 나를 할머니가 황급한 목소리로 돌려 세웠다.

“1+1 이야, 하나 더 가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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