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증하는 무속신앙, 제도와 정책은 사각지대-
-정부의 무속의 실태파악과 대책 시급-
무속은 수천 년 동안 우리나라 전통 신앙으로 이어왔지만 특정한 명칭이 없었다. ‘무속(巫俗)’이라는 단어는 일제강점기 역사학자 이능화(1869~1943)가 정립했다. 1918년에 발간 된 그의 저서 「조선무속고」에서 처음으로 무속이라는 단어가 등장 한다. 이때부터 신앙의 한 축으로서 정체성을 가지게 되었다.
역사학자들은 우리나라의 무속신앙은 선사시대부터 존재했다고 주장한다. 고조선 이후부터 고려 중엽까지는 민족의 서민 신앙으로 자리매김했다. 고려 말 송나라로부터 성리학이 들어오면서 그 세력이 약화되고, 조선이 유교를 국교로 받아들이면서 무속 신앙은 배척의 대상이 되었다. 개화기 기독교를 비롯한 서양 종교가 전도되면서 미신이라는 이유로 외면 받았다. 일제강점기와 해방 이후에는 구습이라는 이유로 폄훼되고 천대 받아왔다. 특히 1970년대의 새마을운동은 ‘미신타파’ 라는 명분으로 금기시해 더욱 위축되었다.
그럼에도 수천 년 동안 이어온 민족의 토속신앙은 무너지지 않았다. 잠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을 뿐 국민의 삶속에 더욱 깊이 파고들어 뿌리내렸다. 1980년대 이후부터 우리나라의 경제성장과 더불어 무속인의 수도 늘어났다. 2000년대 들어서 잘사는 나라가 되어 국민 삶의 질이 높아짐과 더불어 무속인의 수도 급격히 늘어났다. 과거에는 본인 직업이 무속인 임을 드러내지 못하던 이들도 이제는 떳떳하게 무당이라고 자신 있게 밝히는 시대가 되었다.
무속인 수와 이를 믿는 사람들이 늘어남에 따라서 부작용도 발생하고 있다. 손바닥에 왕(王)자를 쓰고 다니는 사람이 대통령이 되었다. 최근 12.3내란 수사과정에서 전직대통령 내외가 무속에 심취하여 국정을 운영하고, 무속인들이 국정농단에 개입한 정황들이 밝혀지고 있다. 또 유명 연예인이 무속인으로 변신하여 거액의 세금을 탈루한 사실이 언론에 보도된 바 있다. 가짜 무속인들의 사기행각 피해도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국민 공분을 사고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음에도 정부는 정확한 실테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무속인 현황은 9391개 업소에 1만194명이다. 그러나 이 수치는 총인구조사의 서비스업 직업군에 나타난 간접적인 통계로서 정확하다고 볼 수 없다. 그 이유는 무속인 대다수는 신분을 드러내지 않는 경향이 있다. 또 세금을 면탈 할 목적으로 신고를 하지 않는 사례도 많기 때문이다. 무속인 단체인 (사)‘경천신명회’(이사장 이성재)의 자체조사 결과에 따르면 회원 수가 약 30만 명이라고 한다. 일각에서는 미 등록 회원 수를 합하여 약 80~100만 명에 이르며 적극적으로 신봉하는 일반신자의 수는 약 200만 명에 달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우리나라 3개 종교인 불교 개신교 천주교 다음으로 많은 숫자다.
무속인 단체의 통계가 실체에 더 근접한 합리적인 수치라고 본다면 전국의 무속인 수는 경찰공무원수(14만)의 두 배가 넘는다. 2000년대 들어서 승려 신부 목사를 희망하는 미래 세대들은 급격히 줄어드는 반면에 무속인은 가파른 증가 추세다. 과거 시골지역 노인층에서 지금은 대도시 청년층으로 그 확장세가 변화되어 간다. 또 빈민촌에서 음성적으로 이루어지던 무속신앙은 이제 부자동네에서 집단촌을 이루어 성황을 이루고 있다. 인터넷 매체에 대대적 광고를 하고 수십 만 명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브 채널도 여러 개소가 성업 중이다.
연령층도 점차 낮아지고 있다. 과거 50대 이상이 주류였으나 지금은 20~30대도 상당수 있다. 원래 무당은 여성뿐이었으나 요즈음은 남성무당도 많다. 인기배우 가수 공무원 전직 군 장성 등 다양한 직장인들이 무속인으로 전업하는 사례도 흔히 볼 수 있다. 날이 갈수록 불교 개신교 가톨릭 등 기성종교의 신자 수는 급격히 감소한 반면에 점집과 신당을 찾는 MZ세대는 늘어나고 있다. 이처럼 과거 관습으로 여겨지던 무속은 종교화와 동시에 하나의 직업군이 되었다. 향후 첨단과학 AI시대에도 무속신앙의 증가추세는 이어지고 경제적 불확실성이 심할수록 그 폭은 더 클 것으로 전망한다.
무속인에게 지불하는 이용료(복채)는 유명세에 따라서 천차만별이다. 매회 1인당 최소 10만원에서 수백만 원대 이른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무속인 1인당 연평균 소득은 약 3000~5000만 원으로서 연간 1조원~1조4000억 원에 이르는 거대한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한다. 그러나 이들 대다수는 세무당국에 신고 없이 편법·탈법으로 소득을 올리고 있다. 이들에 대한 제도와 정책은 사각제대에 놓여있다.
아직까지도 무속신앙을 종교적 개념보다는 민족의 관습으로 이해하는 측면이 우세하다. 많은 이들이 종교로 인정하기에는 시기상조라고 한다. 그러나 무속의 종교화는 이제 공론화가 필요하다. ‘한국경천신명회’측은 2019년 사단법인 한국민족종교협의회에 ‘무교(巫敎)’로 정식가입 했으니 민족종교로 인정해야 된다고 주장한다.
무속신앙은 점점 세력화 되고 사회적 영향 또한 여타 기성종교 못지않다. 더 이상 전통관습이나 미신으로 치부하고 외면해서는 안 될 시점에 와있다. 정부는 빠른 시일 내 정확한 실태조사를 통하여 문제점을 진단하고 그 바탕위에 제도정비와 지원정책을 서둘러야 한다. 아울러 무분별한 확산이나 탈법행위에 대한 통제대책도 마련해야한다. 국민들은 과거 미신으로 폄훼하고 멸시하던 편견을 버리고 평등과 공존이라는 의식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그리고 헌법(20조1항)에 명시 된 ‘종교의 자유 원칙’에 근거하여 평가를 새로이 하고 제도권 종교와 동일한 인식을 가질 때가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