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리 손
부러지고 녹슨칼
질나쁜 연필심
고마운 선생님

2교시 쉬는 시간  
부러진 연필을 깎을 때
몇 발자욱 저 멀리  
창밖을 바라보시던 선생님 
촉이 뾰족한 긴 연필 한 자루
슬며시 내 손에 쥐어준다.

누나나 형들이 쓰던  
곱고 긴 분홍색 HB 연필 
내 손가락 사이에서  
연필이 키가 훌쩍 커졌다. 

3교시 국어 시간  
글씨는 사각사각  
향기처럼 곱게 써진다.  

지금도 연필을 잡으면 
그날의 목소리 
그 고운 얼굴이 떠오른다.

오늘도 연필을 잡고
선생님을 그린다.
연필은 작아지고 
머릿결은 가늘고 하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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